새 내각 면모 일신…난민·EU 정책 등 과제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14일(현지시간) 4번째 임기에 들어선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앞길엔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
지난해 9월 24일 총선에서 '빛바랜 승리' 이후 171일 만에 새 정부를 구성하게 된 것 자체에서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이 과정에서 메르켈 총리가 총리로 재선출되더라도 4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왔다.
메르켈 총리는 2015년 유럽 난민 위기 때 국경을 개방해 난민 100여만 명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불만을 해소하지 못해 위기를 자초했다.
더구나, 메르켈 총리의 재임기간 독일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통해 유럽의 최대 경제대국 자리를 굳혔지만,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민심 이반을 낳았다.
최저임금제와 탈원전 정책 등 사회민주당의 진보정책을 수용해 찬사를 받았지만, 민심 악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총선에서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이 33%의 득표율에 그치고, 사회민주당이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는 등 중도 지향적인 정당의 쇠퇴하는 흐름이 가속화됐다.
반면,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이 틈을 파고들어 급부상하며 제3당의 자리까지 차지했다.
메르켈 총리는 우여곡절 끝에 제2당인 사민당과 다시 대연정을 구성했지만, 연방 하원의석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이어서 대연정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메르켈 총리는 우여곡절 끝에 사민당과 대연정 내각에서 상당수 새 피를 수혈하면서 면모를 일신했지만, 전문가들은 성공 가능성에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치분석가 요제프 자닝은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에 "메르켈 총리가 잃어버린 유권자들을 되찾아올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르켈 총리는 장관들을 빛나게 해줘야 한다. 그들이 자기중심적이지 않고 내각의 조화를 중시하며 혁신을 이끌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의 견제구도 강해지고 있다.
자유민주당의 크리스티안 린트너 대표는 새 정부 첫날임에도 방송에 출연해 지난 메르켈 3기 내각에서의 재정 지출이 과도했다고 지적했다. 자민당은 감세정책과 작은 정부를 지향해왔다.
또한, 린트너 대표는 "지난해 미국과의 관계가 독일 외교 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아니었다는 것은 중요한 과실"이라고 비판했다.
AfD의 알렉산더 가울란트 공동대표는 기민·기사 연합과 사민당을 '패배자'라고 표현하면서 비판했다.
녹색당의 아날레나 베어보크 공동대표는 "대연정은 사회를 제대로 만들어갈 열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좌파당의 카티야 키핑 공동대표도 "메르켈 총리는 총리투표에서 9표를 더 얻어 겨우 과반을 넘었다"면서 "새 정부가 비틀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나라 밖으로도 과제가 만만치 않다.
유럽연합(EU) 국가에서 포퓰리즘 및 반(反) 난민정서의 정당이 잇따라 승리하면서 메르켈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난민 배분 구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
EU의 커지는 원심력을 막아내는 것도 당면한 과제다. 메르켈 총리는 총리 재선출 후 첫 대외 행보로 오는 16일 파리를 찾아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도 해결해야 할 골치 아픈 숙
제다.
한편, 이날 AfD의 페트르 비슈트론 의원은 메르켈 총리에게 반대투표를 한 투표용지를 트위터에 찍어 올리면서 "내 총리가 아냐"라고 적은 올려 물의를 빚었다.
비슈트론 의원은 투표용지를 찍어올린 데 대한 규정 위반으로 1천 유로의 벌금을 물게 됐다.
연방하원 방청석에서는 AfD 지지자가 '메르켈은 가라'는 내용의 푯말을 들었다가 쫓겨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메르켈 총리가 의사당을 떠날 때 메르켈 총리에게 의심스럽게 접근하던 남자가 경찰에 제압을 당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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