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용납될 수 없고 적절치 못한 것…대응 조치 곧 나올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영국 정부가 14일(현지시간)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와 관련해 영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하는 등의 강도 높은 대러 제재를 결정한 데 대해 러시아 외무부는 '유례없는 도발'이라고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외무부는 이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의회에 출석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한 뒤 성명을 내고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 독살 시도에 개입했다는 거짓 명분 하에 메이 총리가 내놓은 대러 제재 조치에 관한 성명을 유례없는 심한 도발로 간주한다"면서 "이는 양국 간의 정상적인 대화 기반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영국 정부가 보기 흉한 정치적 목적하에 23명의 러시아 외교관 추방을 포함한 일련의 적대적 조치를 선언하면서 심각한 추가적 관계 악화 행보를 취한 사실은 절대 용납될 수 없고 적절치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무부는 "영국 정부는 자체 조사를 마무리하거나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틀과 같은 정립된 국제적 형식과 기구를 가동하지 않고 러시아와의 대결이란 선택을 했다"면서 "일방적이고 투명하지 않은 사건 수사 방법에 의존하면서 또 한 번 근거 없는 반러 캠페인을 전개하려 시도하고 있음이 명백하다"고 규탄했다.
외무부는 러시아의 대응 조치가 곧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메이 총리는 스크리팔 암살 시도 사건에 보복으로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들을 대규모로 추방하는 것 외에 영국에 입국하는 러시아인과 화물 등에 대한 검색을 강화하고, 올해 러시아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장관급 정부 인사와 왕실 인사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메이 총리는 지난 12일 스크리팔과 그의 딸 암살 시도에 러시아 정부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짓고, 러시아 측의 소명이 없으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으나 러시아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에 영국이 강도 높은 대러 제재에 나선 것이다.
영국에 기밀을 넘긴 이유로 수감생활을 하다 죄수 맞교환으로 풀려난 전직 러시아 스파이 스크리팔은 이달 4일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벤치에서 딸과 함께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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