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배후로 러 지목 피해…마크롱, 러와 새 관계 추진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영국 내에서 벌어진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암살 기도와 관련한 대응에 서방 주요국 간에 미묘한 온도 차가 드러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번 사건을 러시아 소행으로 규정한 영국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으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는 한발 짝 뒤에서 신중한 태도라고 로이터 등 외신이 15일 보도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14일(현지시간) 러시아 외교관 23명 추방과 함께 러시아 자산 동결 검토, 러시아 국적자와 화물 검색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재를 발표했다.
이 발표 뒤 프랑스 정부대변인인 벤자민 그리보는 어떤 조치를 결정하기는 너무 이르며 러시아의 개입이 입증돼야만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장 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도 영국의 수사 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대응 방안을 조정하기 위해 곧 영국과 접촉할 것이라면서도 러시아를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다.
프랑스 대통령궁도 마크롱 대통령이 15일 메이 총리와 통화할 것이라며 영국 측이 프랑스와 다른 동맹국들에 이번 주부터 러시아의 책임에 관한 상세 내용을 전해오고 있다고만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2일 메이 총리가 이번 독살 기도에 러시아 정부의 개입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지었을 때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공격"이라면서도 사건 배후로 러시아를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다고 AFP통신은 전한 바 있다.
반면 프랑스 주재 영국대사인 에드 르웰린은 지난 13일 트위터를 통해 이번 일이 1945년 이후 유럽 영토에 대한 첫 신경 독소(neuro toxin) 공격이라며 "동맹국들로부터 강력하고 잘 조율된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프랑스가 이처럼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취임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려는 마크롱의 노선과 일치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위협이나 '메가폰 외교'를 통해 푸틴과 직접 대치하는 모양새를 보이기보다는 배후에서 대화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크롱 대통령은 모스크바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제재가 적용되고 있음에도 러시아와 경제 및 문화 관계의 복원을 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마크롱이 세계 무대에서 러시아의 중요성이나 국제분쟁 관련한 역할을 고려할 때 러시아를 배척하면 뚜렷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할 것으로 인식하면서 협력관계 지속이 중요하다고 믿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시리아나 우크라이나 문제, 인권 문제가 양국 관계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하겠다며 이전 정부들과의 차별화를 통한 양국 관계의 새 출발을 예고했다.
약 1년이 지난 뒤 외교정책 측면에서 구체적인 성과는 분명치 않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오는 5월 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투자포럼에 대규모 프랑스 기업인들과 함께 참석할 예정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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