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무용공연 관람' 개혁파 테헤란시장 돌연 사의(종합)

입력 2018-03-1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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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무용공연 관람' 개혁파 테헤란시장 돌연 사의(종합)
지난해 8월 시의회 만장일치 선출…보수파 대대적 공세



(서울·테헤란=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수도 테헤란의 모하마드 알리 나자피(66) 시장이 시의회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언론들은 나자피 시장이 건강 문제를 이유로 사의를 표했다고 전했지만 이를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하다.
지난해 8월 그가 시장에 취임한 지 반 년남짓 되지 않은 데다 시장 임명권이 있는 시의회가 만장일치로 지지한 인물인만큼 갑자기 사의를 밝힌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건강 문제가 사의의 표면적이라면, 실제 원인으로 의심해 볼 수 있는 '사건'은 이달 8일 테헤란 밀라드타워 컨벤션홀에서 열린 행사다.
그는 어머니의 날을 맞아 이곳에서 열린 축하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의 한 순서로 10살 안팎의 여자 어린이 6명이 이란 민속춤을 무대에서 췄다.
이란은 여성이 가족이 아닌 남성이 볼 수 있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춤을 추는 행위를 금지한다.
나자피 시장은 맨 앞자리에서 이를 관람했다.



성인 여성이 아닌 어린이의 공연으로도 볼 수 있지만, 이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하자 성직자 등 보수 진영이 강하게 '남성에게 금지된 공연'을 본 나자피 시장을 비판했다.
이슬람권에서 몇 살부터 여성을 성인으로 보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란에선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13세 정도에 성인이 됐다고 보고 히잡을 쓰는 게 일반적이다.
보수 성직자들은 10세 정도면 여아가 아니라 성인이라면서 나자피 시장이 이슬람 율법을 어겼다고 압박했다.
당시 현장 영상은 소녀들이 춤을 추며 빙글빙글 돌면서 한 어른에게서 장미꽃잎이 담긴 바구니를 건네받을 때 나자피 시장은 서류 업무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영상에는 관중들의 열광적인 환호 소리도 포착됐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뉴스통신은 이 행사를 '음란한 기념행사'라고 표현했다.
나자피 시장은 춤을 춘 소녀들은 모두 9살 미만의 아이라면서도 이번 행사에 이들의 무용공연이 포함된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반론했다.
그러나 테헤란 검찰은 나자피 시장을 소환했고, 나자피 시장과 같은 개혁 성향인 테헤란 시의회는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나자피 시장은 결국 지난 14일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한 시의원이 파르스통신에 전했다.
지난해 8월 테헤란 시의회가 만장일치로 선출한 나자피 시장은 2005년 이래 12년만에 테헤란 시장직을 맡은 첫 개혁 성향 인사다. 지난해 10월엔 서울을 방문하기도 했다.
개혁·중도 정치인인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임기 8년간(1989∼1997년) 교육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후 강경 보수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이 되자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대학에서 강단에 섰다.
2013년 개혁·중도 성향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그를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지만 당시 보수파가 장악한 의회의 임명동의 투표를 통과하지 못해 낙마했다.
그러나 로하니 대통령은 나자피를 경제 담당 수석 보좌관으로 임명했다.
이란 대학입학 시험에서 전국 수석을 차지한 수재로, 이란 명문 샤리프기술대학에서 수학 석사를 마친 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유학파다.
이란에서 테헤란 시장이 대권으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지는 만큼 그가 시장에 임명되면서 로하니 대통령을 잇는 개혁파의 대표주자로 부상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그에 대한 보수 세력의 압박이 반대 진영의 유력 정치인을 사전에 제압하려고 과도하게 논란을 부풀린 정치적 공세가 아니냐는 분석이 현지에서 제기되고 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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