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시민단체 "일회성 보조금 정책으론 근본적 해결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정부가 중소기업 취업 선호도를 높이고자 향후 3∼4년간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 실질소득 1천만원 이상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지만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정부는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를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 때문으로 보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처우 수준을 맞추겠다는 정책 입안 취지를 밝혔지만, 청년들은 대기업을 선호하는 이유가 돈 때문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취업준비생인 김모(27·여)씨는 "청년들이 대기업에 가려는 것은 연봉 때문만은 아니고 사회적으로 인정도 받고 일도 배우기 위해서"라며 "더구나 첫 직장이 어디인가가 실제 경력에서도 영향을 미치는 사회 풍토가 변하지 않으면 청년들의 선택이 그다지 바뀔 것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동작구 노량진에서 3년째 취업 준비 중이라는 황모(30)씨도 "대기업에 들어가려는 이유가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도 있겠지만, 미래와 복지 때문인 점도 크다"며 "중소기업에 들어가 30대 중반에 나오면 다시 취업도 안 될 텐데 첫 취업을 중소기업으로 하기에는 1천만원 지원이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학교 졸업반인 유모(24·여)씨는 "특히 한국의 경제구조가 대기업 독식이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하청이라는 인식이 강해 이번 정책만으로는 중소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눈에 띌 정도로 높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정책 목표를 그렇게 잡는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들어오는 연봉이 1천만원 오를지도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해까지 중소기업을 다니다 퇴사한 뒤 재취업을 준비 중이라는 정모(32)씨는 "중소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미래를 포기하고 당장의 1천만원을 위해 중소기업에 들어갈 만큼 메리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대기업에 갈 수 있으면 대기업에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에 일부 청년들 사이에 긍정적인 목소리도 있었다.
취업준비생 이모(29)씨는 "청년 모두가 대기업에 들어갈 수 없는 만큼 파격적인 지원을 해서 중소기업에 가더라도 먹고 살 만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도 대부분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아직 실행되지 않아 구체적인 정책 설계를 살펴보지 않았지만 단순히 돈을 지원해주는 것만으로는 정책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박상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의 재벌 개혁이나 노동개혁이 필요한데 이번 정책 때문에 오히려 개혁이 이뤄지지 않게 될 우려가 있다"며 "문제의 근본은 건드리지 않고 증상에 대해 처방만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한시적인 대책이라 3∼5년 뒤 정책이 끝나는 시점에 대량 퇴직 사태가 일어날 수 있고 결국 다음 정권에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래 일자리는 4차산업혁명과 정보통신기술(ICT)과 연계돼 신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근본적이고 어려운 정책은 모두 빠졌다"며 "청년은 자기 생애 커리어를 형성해야 하므로 청년 일자리 정책은 이렇게 '단박에 돈 뿌리기' 식으로 단기 일자리를 만드는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도 이해하겠고 정책이 잘못됐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면서도 "대학개혁 등 교육개혁과 청년들이 큰 부담 없이 창업에 나섰다가 도산했을 때도 툭툭 털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통합도산법을 채무자 우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오늘 발표한 청년 일자리 정책은 우리가 박근혜 정권 시절 '비정규직 양산정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던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며 "청년실업의 핵심 원인인 비정규직 고용구조 혁신과 노동존중에 대한 실질 대책 없이 소득지원과 창업대책 일변도의 미봉책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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