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서울서 한국 첫 개인전…작고 서정적인 오브제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페이스갤러리 서울에 들어서자 알록달록한 색종이를 품은 액자들이 열을 지어 있었다. 액자 안을 유심히 뜯어보자, 마음 가는 대로 자른 종이를 접거나 구부린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어린이가 만든 것이 아닌가 싶은 이 작품들은 미국의 주요 작가로 꼽히는 리처드 터틀(77)의 신작 '나무에 대한 생각들'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위해 방한한 작가에게 생각을 물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작가는 손가락 하나를 이마에 갖다 댔다.
"거리에는 많은 아이디어가 널려 있지만, 세상이 원하는 것은 영감이죠.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것, 그것이 제 역할입니다. 저더러 아이디어를 비추는 거울이 왜 되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제 일이 아니에요."
단순히 아름다움을 재현하거나 기교를 뽐내는 것이 아닌, 세상에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작가의 임무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그를 포스트 미니멀아트 미술가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반세기 동안 이어온 작업은 하나로 규정짓기 쉽지 않다. 수년 전 영국 테이트모던의 거대한 홀을 천으로 뒤덮은 그의 작품은 화제를 모았다. 페이스서울 작품처럼 서정적인 느낌을 주는 작은 오브제도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재료와 크기, 형태는 변화무쌍하지만, 작품들은 하나같이 간결하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작품과 공간의 관계를 항상 고민한다. 이날도 작가는 전시장 중간에 있는 기둥을 보면서 "너무나 아름답다"고 감탄했다.
이번 전시는 '시인'으로서 리처드 터틀을 만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 전시를 위해 '나무에 대한 생각들/ 은 우리에게 준다-고요한/ 기운, 평화 /사랑, 내부의 고용함'이라는 시를 공유했다. 수십 년간 시를 써왔다는 노작가는 "내 나이 정도 되면 영혼이 오염되기 마련인데, 시 쓰기는 그 영혼을 정화해준다"며 어린아이처럼 웃었다.
전시는 5월 12일까지.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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