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 제재' 신중론 펼친 코빈 노동당수에 정치권 비난 쇄도

입력 2018-03-15 21:13  

'대러 제재' 신중론 펼친 코빈 노동당수에 정치권 비난 쇄도
노동당 지도부도 비판…대표 사퇴 몰릴 가능성도 제기돼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을 놓고 영국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영국 야당 대표가 신중론을 펼쳤다가 정치권의 뭇매를 맞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보수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러시아 정부가 전직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의 살해 시도에 책임이 있다는 테리사 메이 총리의 발표에 이의를 제기했다.
앞서 메이 총리는 이번 사건을 "영국 영토에서 벌어진 러시아의 불법적 무력 사용"이라며 "영국 내에서 러시아의 스파이 네트워크를 해체하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집권 보수당은 물론 자유민주당, 스코틀랜드 국민당(SNP), 아일랜드 민주통합당에 이어 노동당 내에서도 이같은 메이 총리와 정부 입장에 지지를 보냈지만 코빈 대표는 대화를 촉구하면서 러시아를 비난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코빈 대표는 이번 사건을 "명백한 폭력행위"라고 규정하면서도 이에 대한 대응은 "결정적이고 비례적이며 명백한 증거에 기반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코빈 대표의 대변인이 문제를 더 키웠다.
코빈 대표 대변인은 과거 이라크 전쟁 당시 영국 정보기관이 대량 살상무기의 존재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사례를 거론하면서 이번 사건이 러시아가 아닌 과거 소비에트 연방(소련)에 속했던 다른 나라에 의해 일어났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같은 코빈 대표와 대변인의 발언은 정치권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다.
노동당 지도부에서조차 코빈 대표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우려와 분노를 나타냈다.
예비내각 국방장관인 니아 그리피스 의원은 메이 총리가 러시아 외교관 추방을 결정하자 강력한 지지의사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번 일로 코빈 대표의 사임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노동당 예비내각의 한 관계자는 "코빈 대표는 의회의 분위기 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의 분위기를 잘못 판단했다"면서 "국민들은 이번 공격이 잔악행위이며, 푸틴은 나쁜놈이라고 생각하다. 국민들은 강력한 대응을 원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노동당 의원은 코빈 대표의 발언에 대해 실망했다면서 어떤 이들은 코빈 대표가 총리가 되는 것을 지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pdhis9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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