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한때 지중해 난민 위기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최남단 섬 람페두사에 자리한 난민센터를 개보수 작업을 위해 임시 폐쇄했다.
15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내무부는 최근 열악한 생활 환경을 불평하며 난민들과 난민지원 비정부기구(NGO) 활동가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람페두사 섬내 난민촌을 일시적으로 닫기로 결정했다.
람페두사 섬은 이탈리아 영토이지만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불과 120㎞ 떨어져 있을 정도로 아프리카 대륙과 더 가까워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유럽으로 가기를 원하는 북아프리카 난민 무려 25만명 이상이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 상륙한 곳이다.
인구 5천명의 작은 섬이지만 아프리카 난민들이 이탈리아 본토와 유럽 다른 나라로 건너갈 때까지 머무는 난민들의 기착지 역할을 해왔다.
람페두사 섬의 난민센터는 그러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기약없는 난민 자격 심사를 기다리는 난민들의 불만이 폭발하며, 최근에는 잦은 항의 시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주에는 격앙된 일부 난민들이 시위 끝에 난민센터에 불을 질러 시설 일부가 불에 타기도 했다.
당시 출동한 소방관들이 찍은 사진에는 쓰레기가 쌓여있는 복도, 불에 탄 벽체, 문이 없는 불결한 화장실 등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기며 난민들이 처한 상황을 짐작게 했다.
정부는 항의가 격렬해지며 난민들과 난민 지원 활동가들의 안전까지 위험에 처했다는 판단 아래 당분간 람페두사 난민센터를 폐쇄한 뒤 시설 개선과 CCTV 보강 작업 등을 거쳐 다시 문을 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에 머물고 있는 난민들은 시칠리아 섬 등 다른 난민센터로 옮겨진다.
한편, 주세피나 니콜리니 전 람페두사 시장은 난민들의 목숨을 구하는 데 앞장서고 난민들의 사회 통합에 기여한 공로로 작년 4월 유네스코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등 난민 환대를 상징하는 국제적인 아이콘으로 떠오르기도 했으나, 끝없이 이어지는 난민 행렬에 지친 람페두사 시민들은 지방선거에서 그를 낙선시킨 바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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