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러 신냉전 현실화…암살·선거개입에 제재·보복 악순환

입력 2018-03-16 09:22   수정 2018-03-1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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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러 신냉전 현실화…암살·선거개입에 제재·보복 악순환

미·영국 주도 서방의 전방위 제재에 러시아 엄중대응 예고
나토 vs 러시아 뚜렷한 전선…갈등고조에 무기경쟁 확대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미국과 영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 세계와 러시아 간 극한 대치로 신냉전의 골이 갈수록 더욱 깊어지고 있다.
2016년 미국 대선개입에 따른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러시아 출신 스파이 암살시도 사건 후 영국의 보복 조치와 러시아의 맞대응으로 양측간 최고 수준에 도달한 갈등도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미국 주축의 서방과 러시아가 사실상 '신냉전'에 이미 돌입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서방의 대표 주자인 미국과 영국이 '구 냉전 체제'의 최대 적이었던 러시아 제재 선봉에 나선 형국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5일 미 대선개입과 각종 사이버 공격 등의 혐의로 러시아 개인 19명과 5개 단체 제재를 발표했다.
이번 제재 대상에는 러시아군 정보기관인 총절창국(GRU) 소속 해커와 로버트 뮬러 특검이 지난달 대선개입 혐의로 기소한 러시아인 13명이 포함됐다. GRU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본사를 둔 '인터넷 리서치 에이전시'(IRA)도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올랐다.
이 제재는 영국 정부가 '이중 스파이 암살시도 사건'으로 러시아 제재를 발표한 다음 날 전격적으로 발표됐다.
영국은 이에 앞서 이해할만한 해명 요구에도 러시아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자 러시아 외교관 23명 추방 등을 포함한 대러시아 제재를 단행했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서방 4개국 정상은 같은 날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에 '스파이 사건'에 대한 구체적 해명을 요구했다.
서방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신경작용제를 이용한 첫 번째 유럽 공격"으로 규정한 이 사건 배후로 사실상 러시아를 지목하면서 책임을 추궁한 것이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여부에 모호한 태도를 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처음으로 러시아를 비판하는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15일 분석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영국에서 벌어진 이중스파이 공격은 수년간 러시아가 가한 무모한 행동의 반복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방의 이러한 전방위적 압박에 러시아가 오히려 강력 대응을 예고하면서 '신냉전' 구도는 갈수록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당장 러시아도 미국과 영국에 맞대응을 위한 보복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의 추가 제재에 "전혀 근거가 없다"며 "보복 조치 준비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또 '스파이 사건'에 대한 개입 의혹을 부인하며 영국의 자국 외교관 추방에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의 한 외교관은 러시아가 서방과 흔쾌히 충돌하려는 의지가 있어 보인다고 FT에 말했다.
이 외교관은 또 "그(독살 시도) 배후의 이유가 무엇이든 그것은 도발이다. 분명 공공의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냉전' 구도가 러시아의 신무기 경쟁 도발로 이미 형성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인 알렉산드르 골츠는 최근 러시아의 한 독립 매체 'Ej.ru'에 기고한 '냉전은 이제 현실이 됐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푸틴 대통령의 국정 연설이 이미 신냉전의 시작을 알렸다고 진단했다.
골츠는 또 러시아 대선을 앞둔 푸틴의 위협이 실제든 아니든 미국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며 미국이 무기를 개발·대량 생산하면 러시아는 이에 또다시 대응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측간 갈등이 신무기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일 러시아 연례 의회 국정 연설에서 신기술을 도입한 새로운 핵 추진 무기를 소개하면서 미사일로 미국을 공격하는 가상 영상을 내보낸 바 있다.
앞서 서방과 러시아는 최근 몇 년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우크라이나에 대한 사이버 공격, 미국 대선개입 의혹, 시리아 내전 사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퇴진 등을 둘러싸고 대립 또는 충돌을 빚어 왔다.

gogo21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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