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출 이후 첫 언론 인터뷰서 주장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37년간 철권통치하다 불명예 퇴진한 짐바브웨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93) 전 대통령이 퇴진 이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은 쿠데타에 의해 물러났다고 주장했다.
무가베는 15일(현지시간) 방송된 남아프리카공화국 SBAC 방송과 인터뷰에서 "그것은 쿠데타였다…. 일부 사람들은 쿠데타라고 말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AFP통신이 전했다.
무가베는 "우리 스스로 안긴 이 불명예를 무효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에게 불명예는 마땅하지 않다. 짐바브웨에 불명예는 마땅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뒤를 이은 에머슨 음난가그와(75) 임시 대통령에 대해 "내게 등을 돌릴 사람이라는 걸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무가베는 음난가그와를 증오하지 않는다면서도 그와 협력하지 않을 것이며 그의 대통령직은 "불법이고" "위헌"이라고 말했다.
무가베는 "정부에서 인사들은 적절한 방식으로 선택돼야 한다. 나는 이 과정을 논의할, 지원할 용의가 있다…. 내게 참여해달라는 초청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싱크탱크 '남아프리카정치경제' 기드온 치나느가는 무가베의 개입은 오는 8월로 예상되는 선거에서 중요하다고 관측했다.
AFP는 무가베의 언론 등장은 이번 선거에서 음난가그와를 쫓아내길 바라는 전국애국전선(NPF)이 조직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최근 무가베는 퇴역 장성 출신의 NPF 지도자를 만나 집권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에 충격파를 안겼다고 통신은 전했다.
ZANU-PF 청년연맹 지지자들이 한 집회에서 '무가베 타도' 구호를 외쳤는데 대개는 규율이 잘 잡힌 ZANU-PF에서 일어난 드문 장면이라는 것이다.
AFP는 군부의 권력 장악 이후 광범위했던 승리감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이 짐바브웨 독재 체제 최상층의 경비대만 바뀐 것으로 보고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사업가 무냐라지 치호타는 "군부 국가로 바꾸려는 대본을 지닌 쿠데타였다. 국민은 단지 한 개인이 아니라 ZANU-PF 시스템 전체의 변화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무가베를 축출한 이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변한 게 있다면 우리가 더 나빠졌다는 것이다. 군부 쿠데타이고, 군부 국가로 변했고, 원상태로 되돌려져야 한다는 (무가베가) 100% 맞다"고 덧붙였다.
짐바브웨 군부는 지난해 10월 정부를 장악했고 이후 야권과 시민 등이 거리로 나와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연일 벌였다.
무가베는 국민 다수와 여야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아오다 집권 ZANU-PF가 탄핵절차에 착수하자 "순조로운 권력 이양을 위해 즉각적이고 자발적으로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무가베로부터 해임당한 뒤 남아공에 도피해 있던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이 귀국해 새 임시 대통령에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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