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 정부가 2년여 전 일어난 전력망 해킹 사건을 러시아 정부의 책임으로 지목했다.
미 국토안보부와 연방수사국(FBI)은 15일(현지시간) 2016년 3월 또는 그 이전부터 러시아 정부 해커들이 미국의 에너지, 핵, 상업시설, 수도, 항공, 제조 등 주요 사회기반시설 분야 침투를 시도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2016년 미국의 전력망 시스템에서 러시아 해킹단체의 악성코드가 발견돼 러시아 정부가 배후라는 설이 돌았지만 미 정부가 러시아 정부를 공식적으로 지목한 것은 처음이다.
전력망은 고도로 전산화돼 있으며 문제가 발생하면 의료 및 긴급 서비스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부와 설비 관계자들이 정기적으로 감시하는 시설이다.
국토안보부와 FBI는 작은 상업시설을 타깃 삼아 "러시아 정부 해커들이 여러 단계로 침투를 시도하고 악성 소프트웨어를 심고, 스피어피싱(특정 인물이나 집단을 상대로 기밀정보를 탈취하는 기법)을 하고, 에너지 분야 네트워크에 접근권한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 등은 성명에서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한 이유나 피해 기업이나 시설 명단은 밝히지 않았다.
최근 미 정부는 미 대선 개입과 각종 사이버 공격 등의 혐의로 러시아 개인 19명과 단체 5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하는 등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국토안보부 등이 뒤늦게 전력망 해킹 사건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한 것도 이런 대응의 연장 선상으로 보인다.
보안업체 파이어아이의 벤 리드 사이버스파이 분석 담당자도 "다들 러시아가 배후라고 추측했지만 정부가 이를 밝힌 것은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미 안보 기관 관계자들은 오래전부터 미국이 적국 등 외부의 사이버 공격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 보안업체인 시만텍은 지난해 '드래곤플라이'라는 이름의 사이버 조직이 미국과 유럽의 에너지 기업을 겨냥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의 핵심 시스템에 침투해 기업 운영을 조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다른 국가의 사회기반시설에 해킹을 시도한 사실이 없으며 러시아 개인과 단체에 대한 제재에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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