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향력 억제하려 '美-호주 반중 전선' 활용하려는 듯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동남아시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창설 멤버 인도네시아가 호주의 아세안 가입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16일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호주의 아세안 가입에 대해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세안의 외연을 호주까지로 확장하는 방안을 지지한다면서 "우리 지역의 안정성, 경제적 안정성뿐 아니라 정치적 안정성이 확실하게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조코위 대통령과 이 문제를 논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턴불 총리는 오는 17일부터 시드니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를 앞두고 조코위 대통령을 16일 저녁 자택으로 초대해 함께 식사할 예정이다.
호주는 아세안의 전략적 동반자로 밀접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 아세안 정상회의를 유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턴불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는) 호주와 동남아시아의 관계가 성인식을 맞이한 것을 기념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코위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의 역내 패권 확장에 위기감을 느낀 동남아 국가들이 호주를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동남아에선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힘입어 철도, 항만 등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외자를 확보했지만, 이로 인해 자칫 중국에 경제적, 정치적으로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왔다.
올해 아세안 의장을 맡은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는 16일 턴불 총리와의 양자 회담에 앞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호주와 싱가포르는 모두 남중국해에서의 항해 및 비행의 자유와 관련해 중대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호주 역시 미국과 손을 잡고 반(反) 일대일로 전선을 구축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호주의 아세안 가입은 양자의 이해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보인다.
다만 호주가 실제로 아세안 가입을 추진한다고 해도 성사 여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캄보디아와 라오스 등 친중(親中) 성향 아세안 회원국들이 중국의 이해를 대변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아세안 회원국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 10개국이며 신규 가입을 위해선 회원국 모두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한편, 조코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동남아 최대국이면서도 최근 수년간 국제외교 무대에서 존재감이 옅었던 인도네시아가 다시 주도적 역할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돼 눈길을 끈다.
2014년 취임한 조코위 대통령은 중앙정계에 기반이 없었던 탓에 외교보다는 경제살리기 등 국내 문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다 최근에야 독자적 세력을 구축하고 외교 행보를 본격화했다.
그는 올해 초 남아시아 5개국을 순방하고 방글라데시의 로힝야족 난민 캠프를 방문하는가 하면 지난달에는 국제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변신할 것을 선언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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