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자행한 '최악 범죄'…어린이, 부녀자 등 504명 학살
관련 미군 '솜방망이'처벌, 생존자들 "지옥과 같았다" 증언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베트남전 당시 미군에 의해 어린이와 부녀자 등 최대 504명의 민간인이 집단살해돼 베트남전 최대 민간인 학살사건으로 기록된 '미라이(My Lai) 사건'이 16일로 발생 50년이 됐다.
AP통신, 성조지, VN 익스프레스 등 외신은 1968년 3월 16일 베트남 중부 꽝응아이 성 선미(Son My) 지역 미라이 마을에서 미 육군 제23 보병사단 11보병여단 예하 1대대 찰리중대에 의한 이 학살사건 발생 50주년을 맞아 전쟁의 참혹함과 생존자들의 생생한 증언 등을 다뤘다.
미군의 잔혹상과 비윤리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노와 함께 미국민 사이에 반전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 사건은 베트남과 관계를 회복한 미국으로서도 여전히 무거운 마음의 짐이 되고 있다.
미라이 사건은 1968년 1월 당시 북베트남에 의한 대대적인 설(떼뜨) 대공세 2개월 뒤 일어났다. 대공세 기간 북베트남의 지원을 받은 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베트콩) 소속 48대대는 격전지인 꽝응아이 성에서 활발한 작전을 했다.
이에 따라 미라이를 포함한 선미 지역 여러 마을이 베트콩 영향권에 들어갔다. 불과 4개월여 전에 베트남에 투입된 찰리중대는 작전 과정에서 28명의 사상자를 내자 '무자비한 반격'을 요구한 연대장과 대대장 등 직속상관들의 지시에 따라 사건 발생 당일 오전 헬리콥터를 통해 선미 지역에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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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소대를 선두로 진입한 중대는 그러나 표적인 베트콩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중대원들은 집집이 수색해 어린이, 부녀자, 노인 등 주민들을 마을 한가운데로 몰았다. 일부는 집에 숨어 있다가 미군이 던진 수류탄에 의해 불에 타 숨졌다. 또 수색 과정에서 일부 부녀자들은 성폭행과 고문을 당한 후 살해됐다.
찰리중대가 '작전완료'를 보고하자 4대대 병사들이 도착해 추가로 90명 이상을 학살했다. 이틀간의 대학살에서 적게는 347명, 많게는 504명이 학살된 것으로 추산됐다. 학살된 주민 가운데 182명이 부녀자였으며, 이들 중 17명은 임신한 상태였다. 또 어린이 희생자 173명 가운데 56명은 유아였다.
몇 안 되는 생존자 가운데 한 명인 하 티 뀌(93)는 베트남 인터넷매체 VN 익스프레스와의 회견에서 당시를 기억해냈다. 사건 당일 마을 근처 밭에서 아침 일찍 시장에 내다 팔 고구마를 캐던 뀌는 미군이 마을에 진입하는 것을 목격하고 단숨에 달려가 베트콩이 없다고 말했지만 소용없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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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겁에 질려 자신의 팔에 기댄 17살 된 딸이 미군이 쏜 총에 그 자리에서 숨졌다. 또 시어머니와 친척도 함께 목숨을 잃었다. 뀌는 학살자의 시체 옆에 죽은 척하고 있다가 목숨을 건졌다.
또 다른 생존자인 도 바도 무장헬기가 쏜 기관 포탄에 9살 된 남동생과 어머니가 학살됐다며 "총소리는 마치 천둥소리 같았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사건 발생 후 미군은 이를 은폐하려고 했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 동행했던 종군기자 로널드 헤벌이 학살 장면 사진을 사진 전문잡지 '라이프'에 공개하고 전쟁 전문기자인 시모어 허시가 사건 진상을 폭로하자 조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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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건과 관련해 14명이 조사를 받았으나 1소대장인 윌리엄 캘리 소위만이 기소돼 민간인 학살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켈리 역시 3년 후인 1971년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에 의해 가택연금 조치로 감형돼 국제사회의 공분을 샀다.
결국 이 사건은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에 대한 정당성 상실과 훗날 미군 철수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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