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따라하기?"…유럽·캐나다도 M&A에 "국익 따지겠다"

입력 2018-03-16 11:41  

"트럼프 따라하기?"…유럽·캐나다도 M&A에 "국익 따지겠다"
中자본 기업사냥 급증에 '견제' 움직임…한쪽선 中 눈치보기도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유럽과 호주, 캐나다 등이 국익을 내세워 중국의 기업 사냥을 강력히 견제하려는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전략적 사업을 보호하고 민감한 기술의 유출을 막고자 국익을 구실로 삼는 것이 미국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유럽에서 안보상의 우려를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호주는 중국 기업이 전략적 자산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을 수차례 봉쇄했고 캐나다는 대형 건설사의 인수 시도에 대해 국가 안보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겠다는 방침이다. 유럽연합(EU)은 회원국별로 이뤄지는 심사 절차를 역내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런 움직임은 정치적 고려, 국가적 자존심, 노골적인 피해 의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차이나 머니의 유치, 중국과의 무역 확대도 꾀해야 하는 만큼 중국 견제가 그리 쉽지는 않다.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의 중국 전문가인 필립 르 코르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전방위적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화된 인식이지만 이를 어떻게 다룰지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대다수 국가가 대응 방법을 모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통해 국익 침해 여부를 판정하고 있고 이미 중국과 연계된 다수의 M&A 시도를 차단했다. 미국 의회는 CFIUS가 심사할 수 있는 M&A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은 이 방면에서는 미국보다 한참 뒤졌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가 외국 기업의 인수 시도를 까다롭게 심사할 통합 메커니즘의 설치를 촉구하면서 비로소 공식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배경은 역내 기업들이 기술적 우위를 상실하고 이른바 이중용도의 기술이 중국에 이전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2016년 독일 최대의 로봇 제조업체인 쿠카를 중국에 뺏긴 것이 우려를 증폭시킨 직접적 계기였다. 중국이 남유럽과 중유럽의 철도와 항만, 기타 전략적 인프라에 속속 투자하자 우려는 갈수록 커졌다.


중국이 경제적 초강대국으로 변신하기 위해 제조업 진흥책 '메이드 인 차이나 2025'를 야심적으로 추진하면서 중국의 투자를 까다롭게 심사하려는 국가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은 지난해 9월 EU 전체 차원에서 외국인 투자를 심사하는 절차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독일 의회도 외국인 투자 지분이 25%에 이르면 국익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채택했다.
하지만 유럽 기업들이 여전히 중국의 투자를 고대하고 있고 회원국 정부들이 중국의 심기를 거스를 것을 우려하고 있는 데서 보듯 중국을 견제하는데 따른 리스크도 현실적인 것이다.
독일이 중국발 M&A를 견제하는 데 앞장서고 있지만 독일 정치권 내부에서는 이견이 존재할 정도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그리스와 헝가리를 포함한 남유럽과 중유럽 국가들도 심사 강화에 대체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를 의식한 듯 융커 위원장도 회원국들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가 내민 제안에 이빨이 빠졌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28개 EU 회원국 가운데 독자적 심사 메커니즘을 운용하는 국가는 12개국뿐이다. 융커 위원장이 제시한 방안은 회원국들이 타국의 안보에 영향을 미칠 소지가 있는 것을 포함, 자국에서 진행되는 외국인 투자를 EU 당국에 통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영국 같은 주요국들이 시행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더라도 EU가 취할 대책은 취약하다. 일본은 최근 안보와 관련된 외국인 투자 규제를 강화했고 영국 의회도 며칠 전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 특정 경제 부문의 외국인 투자를 심사하는 정부의 권한을 확대했다.
EU 전체 차원에서 주시한다고 해도 전략적 자산의 인수를 반드시 막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지난달 중국의 지리 자동차가 독일 자동차 업계의 자존심인 다임러의 지분 9.7%를 90억 달러에 사들인 것이 허를 찔린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지분 인수를 제의했다가 퇴짜를 맞은 지리 자동차의 리수푸 회장은 수개월 동안 물밑에서 다임러의 지분을 사들이고 있었다는 점을 독일 측에서는 모르고 있었다.
리수푸 회장이 돌연 다임러의 최대 주주로 등장하자 독일 정부 당국은 뒤늦게 독일 투자법에 위배되는 소지가 없는지를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독일 당국이나 다임러 측이 실제로 대항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없다.
호주가 국익을 카드로 꺼내 든 것은 지난 수년간 중국이 각종 기업과 농지를 닥치는 대로 사들인 데 따른 경계감 때문이다. 2014년 한 해에 호주에 유입된 차이나 머니는 300억 달러를 넘을 지경이었다.
호주 정부가 지난 2015년 정부 위원회의 승인 절차를 도입함에 따라 현재 외국인의 농지 투자액이 1천500만 달러가 넘는 경우는 반드시 승인을 받아야 한다. 호주 정부는 국내 전력회사들에 대한 인수 시도도 국익에 저해된다는 이유로 불허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중국 투자자에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지만 국민 정서가 늘 같은 편은 아니다. 중국 투자자들이 몇몇 캐나다 기업을 인수하려다 중도에 포기한 것도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 중국의 기업 관행에 대한 부정적 시선 때문이다.
일례로 중국의 PC제조업체인 레노버는 캐나다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블랙베리의 인수를 추진했으나 캐나다 정부 측에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자 이를 철회했다.
전임 보수당 정부는 이런 우려를 의식해 비(非)캐나다 기업이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국가안보 평가 절차를 통과하도록 외국인 투자법령도 개정했다.
트뤼도 총리 정부는 중국교통건설유한공사(CCCC)가 캐나다의 대형 건설사인 에이컨에 인수를 제의한 것과 관련해 국익 침해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에이컨은 대규모 인프라 공사를 맡고 있고 캐나다 방위·원전 사업에도 참여했던 기업이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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