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소정당·시민단체 "한국당·민주당 '밥그릇 챙기기'" 맹비난
(전국종합=연합뉴스) 기초의원 '4인 선거구'를 놓고 전국의 광역의회가 연일 들끓고 있다.
4인 선거구를 신설하거나 확대하려는 시도가 의회를 독점한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두 거대 정당의 반대로 줄줄이 무산되면서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한 선거구에서 4명을 뽑는 '4인 선거구'는 군소정당이 기초 지방의회에 진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다.
반면에 거대 정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에서는 '밥그릇'을 빼앗기는 입장이라 기를 쓰고 반대하고 나서면서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등 군소정당과 충돌을 빚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16일 열린 본회의에서 '부산시 자치구·군의회 의원 정수와 지역 선거구 명칭·구역 및 의원 정수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조례안에는 '4인 선거구' 7곳을 신설하는 방안이 포함됐으나 상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이를 모두 삭제하고 2인 선거구 14곳으로 분할하는 수정안을 내 본회의에 상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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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회의에서 전진영·김쌍우 바른미래당 의원 2명이 개인당 쓸 수 있는 발언 시간(각 40분)을 모두 사용하는 방식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로 항의했지만 한국당이 독점한 의회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정치개혁 부산행동은 부산시의회가 수정안을 통과시키자 성명을 내 "민의를 배반한 폭거다. 중선거구제의 기본 취지를 깡그리 무시한 채 한국당이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몰두하고 풀뿌리민주주의 텃밭의 싹을 잘랐다"고 맹비난했다.
경기도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4인 선거구가 2곳이었으나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는 4인 선거구가 하나도 없이 치러지게 됐다.
도선거구획정위원회는 2인 선거구 80곳, 3인 선거구 74곳, 4인 선거구 2곳 등 156곳으로 획정안을 마련했으나 도의회는 4인 선거구 2곳을 없애고 2인 선거구 84곳, 3인 선거구 74곳으로 최종안을 확정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 경기도당은 "소수 정당의 지방의회 진입을 위해 4인 선거구가 필요한데 한국당이 독점한 안전행정위원회는 2곳인 4인 선거구를 아예 없애 버렸다"며 수정안 통과에 강력 반발했다.
인천시의회에서도 4인 선거구 '쪼개기' 시도가 일어나자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인천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15일 선거구 획정안을 심의해 2인 선거구 22개, 3인 선거구 18개, 4인 선거구 1개로 확정했다.
이는 시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출한 당초안에서 2인 선거구는 9개가 늘고 4인 선거구는 3개 감소한 것이다.
정치개혁 인천행동은 이날 심의 결과를 놓고 "선거구 쪼개기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2인 선거구 고수가 눈앞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을지 몰라도 지방정치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경남도의회에서도 4인 선거구를 놓고 한국당과 군소정당들이 충돌하고 있다.
도선거구획정위는 2014년 지방선거 때와 비교해 4인 선거구를 2곳에서 14곳으로 대폭 늘리고 2인 선거구는 62곳에서 38곳으로 줄인 획정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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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소속 도의원들이 이 획정안을 반대할 움직임을 보이자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소속 도의원 5명은 15일부터 도의회 현관 앞에서 '자유한국당은 선거구획정안 존중하라', '3∼4인 선거구 쪼개지 마라' 등 피켓을 들고 본회의가 열리는 16일 오후까지 농성에 들어갔다.
대전에서도 4인 선거구 도입이 무산되자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전시의회는 2인 선거구를 현행 9개에서 5개로 줄이는 대신 4인 선거구를 2개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심의하면서 4인 선거구를 모두 2인 선거구로 분할해 버렸다.
전주시도 애초 3곳이었던 4인 선거구를 1곳으로 축소해 반발을 사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4인 선거구를 도입 또는 확대하려는 계획이 무산되자 군소정당을 중심으로 한국당과 민주당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 회의에서 "지방의회를 장악한 거대 양당이 표결로 4인 선거구 신설을 막고 있다"며 "한국당에는 처음부터 기대가 크지 않았으나 개혁을 책임질 민주당마저 나서 기득권 사수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개구리 올챙이 시절 생각 못 한다는 말이 있는데 민주당이 그 개구리"라면서 "민주당이 선거구제의 비례성 강화를 얘기해 놓고 지지율이 높아지자 4인 선거구를 거부하고 2인 선거구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이종민 황봉규 최찬흥 한종구 여운창 기자)
ljm70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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