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무역전쟁' 으름장을 놓으며 독일과 중국이 보호무역을 한다고 비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은 부분적으로 잘못됐지만, 하나의 진실한 정수를 품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독일은 보이지 않는 교역장애물들로 무역흑자를 과도하게 얻고 있으며 중국은 어느 나라보다 보호무역을 통해 자국 산업을 챙기므로 트럼프의 비판은 꽤 일리가 있다는 것이다.
독일 연방정부에도 조언하는 독일경제조사연구소(DIW)의 마르첼 프라처 소장은 15일 주간 슈피겔 온라인에 이런 요지의 기고문을 싣고 "많은 이들은 듣기 싫어하겠지만, 국내총생산(GDP)의 약 8%에 달하는 독일의 교역흑자는 수출의 강점보다는 수입과 투자의 약점에 주로 기인한다"고 밝혔다.
프라처 소장은 물론, 독일이 유로화 조작과 미국 내 덤핑판매로 득을 본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잘못됐지만, 세계무역체제에는 여전히 거대한 보호무역주의와 조작들이 있고 이것이 각 나라와 분야, 사람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건 사실이라며 이같이 썼다.
그러면서 터키계 미국인 경제학자 대니 로드릭은 "과(過)세계화"라는 말로 '과도한 세계화'가 된 현 경제체제를 지칭했다고 소개한 뒤 이는 세계무역체제의 규율이 자유화되고 다국적 기업 같은 특정 이익집단이 변화한 것과 관련돼 있다고 짚었다.
프라처 소장은 그 맥락에서 중국만큼 자국 기업들을 지키려고 규율과 지원금을 동원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면서 트럼프가 중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비난하는 것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비효율적 관료주의, 에너지전환 정책의 불안전성, 오래 걸리는 인허가 과정, 증가하는 전문인력 부족, 스타트업들의 펀딩을 가로막는 높은 장애, 교통과 디지털 인프라 취약을 독일의 약점으로 꼽고 기업들이 투자하는 데 독일은 덜 매력적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독일은 수입이 적고 덜 성장해 결국에는 무역흑자를 과도하게 보고 있고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그리고 많은 다른 주체들이 이를 비판하지만, 독일은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프라처 소장은 독일에선 소기업들이 세금부담을 피해서 해외로 나가는 대기업들보다 불리하다고 했다.
아울러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노동소득에는 세금이 세게 붙지만, 자산소득에는 매우 약하게 부과돼 경제,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하고 사적 소비도 감소시킨다며 세금정책 역시 보호무역주의적 효과를 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에 따라 IMF는 중, 장기 전망에서 독일의 "건강한(건전한)" 무역흑자 수준을 GDP의 3~ 4%까지로 제시했다고 전하고 독일은 무역흑자에 관한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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