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순천만서 흑두루미 기록…전시 작품 생태관에 기증
(순천=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전남 순천만에서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를 찍어 온 사진작가 서근석(58)씨는 요즘 마음이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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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가을, 순천만을 찾은 흑두루미 2천여마리가 겨울을 보낸 뒤 이달말부터 북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순천시 대대동 신석마을 출신인 서 씨는 1998년 처음 사진을 접한 뒤 200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흑두루미를 찍기 시작했다.
순천만에서 실뱀장어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는 서 씨는 남들보다 흑두루미를 가깝게 관찰할 수 있었다.
외부의 자극에 매우 민감한 흑두루미의 특성상 서 씨는 주로 밤에 월동지역으로 이동해 잠복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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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위장용 천막에 몸을 숨긴 채 생리현상도 해결해야 하지만, 아름다운 흑두루미를 포착하는 보람에 힘든 줄도 몰랐다.
이런 노력 끝에 그는 빨간 칠면초밭에 쉬고 있는 흑두루미의 모습이나 석양을 배경으로 날갯짓을 하는 보기 힘든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
서 씨는 2015년 12월 처음으로 순천문예회관에서 '순천만 흑두루미 사진전'을 열었다.
15년간 공들여 찍은 사진 중에 50장을 엄선해 선보인 전시는 해를 넘겨 광양, 순천만국가정원 등에서 5차례나 열렸다.
서 씨는 전시 작품을 판매하지 않고 전부 순천만 생태관에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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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씨는 "자연스러운 흑두루미의 모습을 담기 위해 최대한 오래 관찰하고 찍는 편"이라며 "조류 사진은 날아오르는 모습보다는 날개를 펴고 착지하는 모습이 더 멋이 있다"고 말했다.
흑두루미의 매력에 대해 그는 "고고한 자태가 일품이고 경이롭다"며 "오랫동안 찍다 보니 표정이나 행동을 보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마다 가을이면 흑두루미가 날아오는데 봄이 올 때 떠나면 아쉽다"며 "무사하게 갔다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날아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minu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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