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지난 14일 타계한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생전에 자신은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아니었으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따르면, 호킹 박사가 21세에 전신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운동신경질환(MND), 이른바 루게릭병을 진단받고 76세까지 산 것은 이례적 일이다.
통상 이 병을 진단받은 3명 중 1명은 1년 이내에, 절반 이상이 2년 이내에 사망하며 진단 뒤 수십 년 이상 사는 일은 드물다.
호킹 박사 사례는 의학적 행운이라는 말도 있고, 질병 진행을 억제하는 유전자 덕일 수도 있어 과학자들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무상의료체제인 NHS(영국식 국민건강보험) 덕택이 컸다. NHS 병원에서 고비 때마다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 호킹 박사도 비효율성과 오랜 순번 대기, 재정 부담 등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돈이 없어도 누구나 치료받을 수 있는 공공 의료체계의 장점을 일찍부터 옹호했다.
호킹 박사는 2006년 언론 인터뷰에선 NHS가 없었으면 나는 지금 이곳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NHS를 통해 양질의 치료를 엄청나게 많이 받았으며, 그것이 없었다면 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거릿 대처 총리 정부 때에 이어 2017년에도 보수당 정부가 NHS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한편 나아가 매각, 민영화하려 했을 때 호킹 박사는 왕립의학회 연설을 통해 맹비판했다.
당시 제러미 헌트 보건장관은 주말 병원 인력 부족으로 연간 환자 11만 명이 죽어가는 현실과 비효율성을 개혁하려면 민영화를 해야 한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였다.
호킹 박사는 이를 세계 최악으로도 평가받는 '미국식 건강보험제도'로 바꾸려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그는 헌트 장관이 인용한 연구결과 8개 중 4개만 관련 분야 전문가 검토와 평가를 거친 것이며, 장관이 언급하지 않은 13개 연구결과는 이를 반박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헌트 장관 측은 보건전문가가 아닌 천체 물리학자의 생각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이에 호킹 박사는 "과학자로서 나는 공적인 인물들이 다른 목적을 위해 유리한 일부 연구결과만 인용하고 이에 반하는 다른 증거들은 억누르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며 "이는 과학 문화의 기반을 허무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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