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암 수술 두 달 만에 출전 멘텔-스피, 스노보드 2관왕

입력 2018-03-16 17:58  

[패럴림픽] 암 수술 두 달 만에 출전 멘텔-스피, 스노보드 2관왕
악성 종양으로 다리 절단…소치 대회 金 따고 '황연대 성취상' 수상
1월 암 수술 받고 2개월 만에 출전…크로스-뱅크드슬라롬 금메달 석권



(정선=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암 수술 후 2개월 만에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참가한 네덜란드의 스노보드 간판 비비안 멘텔-스피(46·여)가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멘텔-스피는 16일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스노보드 여자 뱅크드슬라롬 하지장애(SB-LL2) 종목에서 56초 94의 압도적인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메달을 차지한 브리타니 코리(미국·59초87)에 큰 차이로 따돌린 완벽한 금메달이다.
멘텔-스피는 지난 13일 스노보드 크로스 우승에 이어 뱅크드슬라롬까지 정상에 오르면서 이 종목에 걸린 금메달 2개를 석권하며 대회 2관왕이 됐다.
또 스노보드가 시범종목으로 도입된 2014년 소치 대회 금메달에 이어 2회 연속 금메달의 기쁨도 누렸다.
더욱이 멘텔-스피는 2014년 소치 대회 때 금메달을 목에 걸고 나서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로부터 대회 최우수상격인 '황연대 성취상'을 수상했던 터라 이 상의 제정자인 황연대 여사의 나라에서 다시 금메달을 따게 돼 의미가 특별했다.
멘털-스피의 도전은 '인간 승리의 드라마' 그 자체다.
1990년대 초반 스노보드에 푹 빠져 다니던 로스쿨까지 그만둔 그는 선수 생활 중 발목을 다쳤고, 엑스레이 촬영 결과, 정강이뼈에 악성 종양이 발견됐다는 청천벽력같은 진단을 받았다.
수술로 이 종양을 떼어냈지만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종양이 재발해 의사의 권유에 따라 한쪽 다리를 절단했다.
올림픽의 꿈을 이루지 못한 멘텔-스피는 '장애인 올림픽'인 패럴림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의족을 한 채로 스노보드 선수로 훈련에 전념했고, 12년 만에 출전한 소치 대회에서 마침내 금메달을 따냈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선수에게 주는 '황연대 성취상'을 받은 건 그에 대한 보상인 셈이다.
그의 고난과 도전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해 7월 암이 재발했고, 평창 대회를 2개월 앞둔 지난 1월 목에 있던 종양을 떼어내는 수술을 받았다.
방사선 치료를 병행하느라 훈련 기간은 고작 3주 정도에 불과했지만 투혼을 발휘한 끝에 평창 대회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처음에는 여기에 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의사 권유에 따라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후 3주 정도 훈련에 참가했다"면서 "내가 여전히 스노보드를 타고 있다는 것과 금메달 2개를 땄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chil881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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