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소환조사서 모든 자료 제시 안 해"…'혐의 부인' MB 측도 방어 총력
우선 구속영장 심사에서 격돌…재판 가면 진술·증거 신빙성 등 다툴 듯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검찰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면조사에서 대부분 혐의를 놓고 상반되는 입장을 취함에 따라 향후 재판 단계에서 상대의 논리를 무너뜨리기 위해 어떤 전략을 펼칠지 관심이다.
법조계에서는 광범위한 수사로 많은 자료를 쌓아둔 검찰이 아직 내놓지 않은 '히든카드'를 법정에서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 측이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키우는 '혐의 전면 부인' 태도를 고수한 것도 법정 공방에 대비한 배수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검찰과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 등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측은 지난 14일 소환조사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고, 향후 재판에서도 검찰 조사 때와 비슷한 입장에서 방어 전략을 짤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증거 인멸의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속 위험성을 무릅쓰면서까지 검찰이 제시한 진술과 증거에 '허위 진술'이나 '조작된 증거'라고 반응한 것은 그만큼 법정에서 검찰 주장을 면밀히 따져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변호인들은 우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대비해 조사 때 검찰이 제시한 증거와 진술 등을 복기해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술의 진위와 문건의 신빙성 등을 검토해 사실관계를 다투거나 논리상 허술한 부분 등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검찰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재판을 준비할 전망이다. 혐의사실을 대부분 인정하지 않는 이 전 대통령의 논리를 무력화할 새로운 증거를 제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검찰 관계자는 15일 이 전 대통령의 조사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시간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이) 전부 부인하는 경우 자료를 다 제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이 아직 꺼내지 않은 자료는 자동차 부품업체인 다스의 실소유주를 규명하거나 이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는 내용일 공산이 크다. 변호인단이 집중적으로 법리 다툼에 나설 고리이기 때문이다.
다스의 소유관계는 이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 가운데 60억원에 이르는 삼성 소송비 대납 뇌물,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와 탈세 혐의 등을 인정받게 하는 데 핵심 전제가 되는 요소다.
이 전 대통령은 본인을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지목한 친인척이나 측근들의 검찰 진술 조서를 법정에서 증거로 쓰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검찰은 법정에서 증인 신문과 증거 조사를 통해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검찰이 새로 내놓을 만한 증거로는 영포빌딩의 다스 비밀창고를 압수수색해 발견한 다량의 청와대 문서가 거론된다. 이 문서 중에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소유권 문제나 경영 현안에 깊이 관여한 정황을 드러내는 문건이 더 있을 가능성이 있다.
뇌물수수 역시 이 전 대통령의 혐의 중 예상 형량이 가장 높은 만큼 양측이 치열하게 맞설 것으로 보인다. 금품거래에 이 전 대통령의 지시나 관여가 있었는지, 대가성이 인정되는지 등이 쟁점이다.
이 전 대통령은 돈을 받거나 쓰도록 지시한 적도, 이를 보고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뇌물 혐의를 이루는 여러 갈래의 금품 중 국정원 특수활동비의 경우 10만 달러(약 1억원)만 받은 사실을 인정하되 대북공작금 등 공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대가성이 없고 대통령 '통치행위'에 연관돼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검찰은 이런 논리를 무력화하기 위해 돈이 오가는 과정을 이 전 대통령이 분명히 알고 있다거나 지시했다는 정황을 담은 자료와 돈의 용처를 구체적으로 파악한 자료 등을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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