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논의 안해" 부인했으나 "지켜보자" 여운
리 외무상 만난 스웨덴 총리, '중재자 역할론' 거듭 역설
(스톡홀름=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마르고트 발스트롬 스웨덴 외교장관은 16일 오후 스톡홀름에서 이틀간 진행해온 외교장관회담을 마쳤다.
발스트롬 장관은 이날 스톡홀름 시내의 스웨덴 정부 영빈관 건물로 주(駐)스웨덴 한국·미국대사관 인근에 있는 '스톡홀름 빌라'에서 회담을 마무리 지은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회담에 대해 "훌륭하고 건설적인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발스트롬 장관은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진전이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엔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았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말할 수 없다"며 자세한 회담 내용에 대해선 함구했다. 다만 그는 "다음에 어떤 일이 진행되는지 지켜보자"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이번 회담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 초청을 수락한 이후 이뤄졌고, 그동안 스웨덴은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북미간 대화를 돕기 위해 어떤 역할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며 '역할론'을 내세운 가운데 열려 눈길을 끌었다.
더욱이 북한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 스웨덴은 북한내에서 미국을 대신해 미국인 영사업무를 대행하는 등 미국의 이익대표부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를 대신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북한의 입장을 타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리 외무상은 회담을 마친 뒤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채 회담장을 빠져나갔다.
스웨덴 외교부는 전날 이번 회담에서는 북한에서 미국과 캐나다, 호주 국민의 이익대표 권한을 가진 스웨덴의 영사 책임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면서 유엔 안보리의 우선 의제인 한반도 안보 상황에 대해서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스트롬 장관은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석방문제와 관련해 어떤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북한에서 이익대표 권한을 가진) 우리의 책무를 이행할 것"이라고만 답변했다.
리 외무상은 이날 오전 이틀째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를 예방하고 30분간 면담했다.
스웨덴 정부는 뢰벤 총리와 리 외무상의 면담내용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뢰벤 총리는 이날 낮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담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문제 협상의) 주인공은 북한과 남한, 미국과 중국, 일본이지만 우리가 이 과정에 어떤 (합의) 결과를 도출하는 것을 쉽게 하는 것을 돕는 중재자를 할 수 있다면 우리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스웨덴의 중재자 역할론'을 거듭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리 외무상이 뢰벤 총리 면담 때 북미정상회담과 관련된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뢰벤 총리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또 뢰벤 총리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수락 의사를 밝히기 직전인 지난주 초 워싱턴을 방문,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바 있어 한반도 문제 해결방안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리 외무상에게 전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발스트롬 외교장관도 이날 낮 기자들과 만나 "지금 대화가 필요하고, 우리는 이번 회담을 하게 돼 기쁘다"면서 "(대화를 성공하게 하기 위해) 우리의 역할과 접촉선을 어떤 식으로든 사용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협상을 어떻게 진행할지 결정하는 것은 당사자들"이라고 강조, 스웨덴의 중재역할을 역설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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