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매스터 등 추가 경질설 일축…켈리 비서실장도 내부 동요 단속
"지구상에서 가장 독한 업무환경"…백악관 분위기 여전히 뒤숭숭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에 이어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존 켈리 비서실장까지 경질될 것이라는 미 언론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지금으로선 어떠한 인사교체도 없다"고 밝혔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맥매스터 보좌관의 경질이 임박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는 맥매스터 보좌관에 대해 '헌신적인 관리'로 부르며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맥매스터 보좌관을 교체하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고, NYT는 이르면 16일 교체 발표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러한 경질설을 일축했다는 전언이 나왔다.
NYT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16일 오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국가안보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맥매스터 보좌관에게 "당신은 어디에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맥매스터 보좌관과 함께 역시 경질설이 나도는 켈리 비서실장 역시 당분간 '직위 보장'을 약속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켈리 비서실장은 이날 아침 예정에 없던 회의를 소집, 직원들에게 "현시점에서 즉각적인 인사교체는 없을 것"이라며 당면한 정책적 목표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고 샌더스 대변인은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비슷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5일 켈리 비서실장과 '생산적인 회의'를 한 뒤 참모들에게 "켈리는 100% 안전하다"고 말했고, 켈리 실장 역시 직원들에게 "난 남는다(I'm in)", 즉 사태가 수습돼 자신은 살아남게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백악관 대변인과 비서실장이 직접 나서 '수습 모드'에 나선 것은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 국무장관을 상대로 단행한 초유의 '트위터 해고' 사태로 촉발된 내부 동요를 더는 방관해선 안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첫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민감한 시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안보·외교 사령탑을 잇따라 교체하려는 움직임에 미 내부뿐 아니라 관련국들도 동요했다.
특히 지난 8일 북미정상회담 깜짝 발표를 전후해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틸러슨 장관, 스티브 골드스타인 국무차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비서인 존 매켄티 등이 줄줄이 사임 또는 해임되면서 내부 동요 분위기를 부채질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과 과거 성관계설이 불거진 포르노 배우와의 옥신각신, 트럼프 대통령 장남 부부의 이혼발표까지 사적 스캔들까지 더해져 말 그대로 백악관은 '혼돈(chaos)의 일주일'을 보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맥매스터 보좌관, 켈리 비서실장의 불화가 이미 상당기간 지속됐다는 점에서 이들의 교체는 언제든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여전하다.
유력한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는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란 핵 합의, 북한 문제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왔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켈리 실장, 짐 매티스 국방부 장관과도 정책에 대한 견해차로 부딪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맥매스터 보좌관이 자신을 가르치려 든다며 그의 스타일에 짜증을 내왔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한다.
그는 지난해 여름에는 이스라엘 지지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우파들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3성 장군인 그를 4성 장군으로 진급시켜 주한미군사령관이나 주아프가니스탄 사령관과 같은 자리를 줘 품격있는 퇴로를 열어주자는 논의도 있었다고 AP는 전했다.
켈리 실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 긴장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켈리 실장이 롭 포터 전 백악관 선임비서관의 가정폭력 스캔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에 불만을 품고 경질을 고려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켈리 실장이 지난 1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멕시코장벽 건설에 대한 대통령의 관점이 "진화했다"고 표현한 것을 두고서도 여전히 불만을 갖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백악관 분위기도 여전히 뒤숭숭해 보인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지구 상에서 가장 독한 업무환경"이라며 "사람들은 보통 힘든 시기에 서로 뭉치지만, 지금 분위기는 갈가리 떨어져 있다"고 토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백악관 내부 분위기는 거의 광적인 수준"이라고 묘사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는 맥매스터 보좌관에 대해 '덤으로 주어진 시간'을 살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ABC뉴스의 타라 팔메리 기자도 이날 백악관 웨스트윙 밖에서 마주친 맥매스터 보좌관이 "누구나 어느 순간에는 백악관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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