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동계패럴림픽 사상 첫 금메달 딴 신의현의 묵직한 메시지
"세상의 많은 장애인분들이 용기 얻었으면 좋겠다"
(평창=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 동계패럴림픽 도전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한 신의현(38·창성건설)은 금메달이 확정되자 굵은 눈물을 쏟아냈다.
노르딕스키 한국 대표팀 신의현은 17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남자 7.5㎞ 좌식 경기에서 22분 28초 40의 기록으로 우승한 뒤 눈물을 흘리며 관중들을 향해 포효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신의현은 "(개인전 마지막 종목이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친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라며 "결승선까지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뛰었다"고 말했다.
신의현은 이번 대회에서 유난히 운이 따르지 않았다. 첫날 바이애슬론 7.5㎞에서 5위에 올랐고, 이튿날 크로스컨트리 15㎞에 나와 동메달을 땄다.
13일엔 바이애슬론 12.5㎞에서 5위, 14일엔 크로스컨트리 스키 1.1㎞ 스프린트에서 3경기를 뛰어 6위를 기록했다.
특히 주 종목 바이애슬론에서 사격 실수가 많이 나와 연거푸 아깝게 메달을 놓쳤다.
이날 크로스컨트리 7.5㎞ 경기는 신의현이 메달을 노릴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종목이었다.
그는 "그동안 실수를 많이 해 부담감이 상당했다"라며 "어젯밤엔 잠이 안 와 명상 음악을 들으며 겨우 잠들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다른 전략 없이 무조건 해내야 한다는 일념으로 뛰었는데, 좋은 성적이 나와 기쁘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고마운 사람을 꼽아달라는 말에 가족들이 생각난다고 했다.
신의현은 "어머니를 웃게 해드려 기쁘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어머니라는 단어를 말할 땐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두 자녀와 아내에게도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금메달을 따서 멋진 아빠, 멋진 남편이 되고 싶었다"라며 "아내는 문재인 대통령이 응원온 날, 대통령 시선을 막을 만큼 열성적으로 응원해줬다. 남은 평생 잘하겠다"라고 말했다.
신의현은 대학교 졸업을 앞둔 2006년 2월, 교통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하루아침에 혼자 힘으론 거동도 못 하는 장애인이 되자 그는 식음을 전폐하며 3년간 피폐한 삶을 살았다.
신의현은 "다리가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어머니의 말에 힘을 얻고 휠체어 농구, 장애인 아이스하키, 휠체어 사이클 등을 배우며 희망을 발견했다.
그리고 노르딕스키에 입문해 새로운 역사를 써냈다.
그는 "사고 당시엔 이런 인생을 살지 몰랐다. 실의에 잠긴 많은 장애인분이 내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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