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부담이 핵개발 이익 초과…北대화 과거와 다를 것"(종합)

입력 2018-03-1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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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부담이 핵개발 이익 초과…北대화 과거와 다를 것"(종합)
상의, 남북관계 콘퍼런스 개최…"김정은 시대 출범후 北경제 큰 변화"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정성호 기자 = 북한이 최근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효과가 가시화하는 데 따른 것으로, 이 때문에 과거와는 다른 대화 태도를 보일 개연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북한과의 관계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여러 변수를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9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남북관계 전망 콘퍼런스'에서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중국의 제재 동참과 북한 경제의 시장화로 대북 제재의 효과가 실질적으로 발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제재가 지속되면 올 하반기부터는 북한 주민 생활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도 "북한이 대북 제재를 받으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이 핵 개발로 얻는 이익을 초과했다"며 "내부 동요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북한이 이번 대화에 나선 것으로, 과거와 달리 진정성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판 자체가 바뀌고 있다"면서 "북한의 적극적인 자세와 남북간 신뢰 쌓기 등을 볼 때 전례 없는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영희 팀장은 "북한이 지금 이 시점에 왜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할까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작년 12월 북한이 핵 완성을 선포한 게 시발점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는 대북 제재와 떼어놓을 수 없다. 김정은의 아이콘(상징)은 경제 개발이었는데 그걸 하려니까 핵(으로 인한 제재) 때문에 안 되는 것이다"라며 "그러니 서둘러서 핵 완성을 선포하고 정상회담까지 나온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강도 대북제재가 작년 9월 시작된 만큼 당장 대북제재의 효과를 말하긴 어렵다"며 "다만 대북 제재가 장기화하면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고, 경제 회생이 어려워지면서 주민들과의 약속을 못 지키고 체제 불안정이 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문가들은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이후 북한 경제의 시장화가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으며, 이 역시 최근 상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했다.
란코프 교수는 "김정은 시대에 들어 대규모 주택건설 등 부동산 투자가 활발해졌다"면서 "과거에는 과학자 거리, 여명 거리 등 체제 선전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 투자개발이었다면 지금은 개인 자본이 투입된 아파트 건설, 쇼핑센터 설립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4∼5% 정도로 추정하면서 "이것은 사실상 새로운 경제 성장으로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과 매우 비슷한 경제 개혁을 하고 있다. 다만 중국과 달리 '개방이 없는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란코프 교수는 "농산물 생산이 늘어나는 등 경제 변화가 일고 있지만 정치 부문에서 쇄국정치가 옛날보다 더 강화되는 등 북한식 개발독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연 교수도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1978년과 비교하면 시장화의 진전 정도는 북한이 훨씬 높지만 중국의 경우 어느 정도 제도화가 돼 있었는데, 북한은 여전히 제도화 수준이 낮다"고 평가했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북한 가계는 수입의 3분의 2 이상을 시장 역할을 하는 장마당에서 벌어들이고 있다"며 "충전식 선불카드 수준이지만 신용카드도 통용되는 등 시장경제적 요소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콘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그러나 남북관계 급진전을 기대하기에는 여전히 장애물이 많다면서 정확한 정보 수집을 통해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병연 교수는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갖게 된 것은 한반도 평화안착에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아직 남북이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면서 "북한과의 관계는 변수와 불확실성이 많은 만큼 제약요인들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접근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의 완결 때까지 통과해야 할 '문'이 2개 있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는 북미 정상 간 만남이고, 둘째는 비핵화 합의 도출과 그 실행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두 번째 문을 여는 게 훨씬 더 어려운 과정"이라며 "북한이 얘기한 비핵화의 조건이 무엇인지, 그것이 한반도 안전과 동북아 안정, 세계 평화와 부합하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란코프 교수는 "비핵화는 여전히 불가능할 것"이라며 "(비핵화는) 북한 엘리트 계층 입장에서 보면 집단자살과 같다. 그들은 바보가 아니며 자살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란코프 교수는 "미국이 북한에 정권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해도 북한은 이를 믿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에서 혁명이나 반란이 생길 경우 미국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은 불가능하지만 다만 핵문제 관리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문수 교수는 북한을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정보 자체가 부족한 것도 문제이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확대·재생산돼 사실처럼 인식되는 부분이 더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남북 간 경제협력이 가동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철 교수는 "현재로선 남북 경협에 경제인들이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북 제재는 다자체제, 유엔 체제란 국제 관계에서 풀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남북 경협의 바로미터(척도)는 2016년 11월 이후 나온 4개의 대북 제재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최근 4개의 대북 제재를 다 해제하는 시점에 북한과의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남한 제재 중에서는 5·24 제재가 가장 먼저 풀리고, 금강산 제재와 개성공단 제재가 차례로 풀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탈북자 출신인 김영희 팀장은 최근 김여정의 방문이 남북관계 급진전의 결정적 계기가 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김 팀장은 "김여정은 공식적인 직함을 떠나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의 동생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김여정의 방한이 아니었으면, 우리 정부와 진정한 대화 없었더라면 오늘 이런 날이 왔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우리 정부 인사들과 만난 뒤 김정은에게 (남한이) 진정성이 있다고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은 공식 지도부 중에는 없다. '남조선 사람 두둔하느냐'는 얘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김여정은 공식적인 직책에 의한 권한도 있지만 김정은의 동생이기 때문에 상당한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반도 상황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는 가운데 남북관계를 조망하고 대응 과제를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날 콘퍼런스에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기업인 300여명이 참석했다.

human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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