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삭스전 아웃카운트 9개 중 7개가 땅볼…2루타 2개 허용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류현진(31·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과감한 실험을 하고 있다.
새 구종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고, 기존 커브 그립을 바꿔 회전수를 늘리고 있다.
실패도 경험이다.
올해 류현진의 공식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은 14.29(2경기 5⅔이닝 9실점)로 치솟았다. 아직은 실험의 효과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18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018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도 3이닝 동안 7안타를 내주고 5실점 했다. 변화구 제구에 애를 먹어 볼넷 2개를 내줬고, 공이 가운데로 몰리면 여지없이 장타를 허용했다.
그러나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이날 류현진은 아웃카운트 9개 중 7개(병살타 포함)를 땅볼로 잡아냈다.
류현진은 투심을 연마하고 커브 그립을 바꾸며 "빗맞은 땅볼 타구가 늘어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체인지업을 던진다. 하지만 우타자들이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설 정도로 '노출'도 됐다.
투심은 체인지업과 '형제 사이'다. 구속이 조금 빠르고, 변화가 조금 덜하다.
류현진이 투심을 체인지업처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면, 체인지업을 노린 타자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빗맞은 타구도 늘어날 수 있다.
회전수가 많은 커브 효과도 빗맞은 타구가 늘어날 때 빛을 발한다.
이날 류현진은 1회에 아브레우, 라이언 코델, 욜머 산체스를 내야 땅볼로 처리했다.
2회 1사 1루에서는 요안 몬카다를 2루수 앞 땅볼로 유도해 병살을 기대했으나 다저스 유격수 도너번 솔라노의 1루 송구가 빗나가 이닝을 끝내지 못했다. 이날 다저스는 3루수 저스틴 터너를 제외하고, 유망주로 내야진을 구성했다.
정규시즌에 돌입하면 몬카다의 타구는 깔끔한 병살 플레이로 연결할 수 있다.
몬카다 전에 출루한 애덤 엥겔의 유격수 앞 내야 안타도 빗맞은 타구였다.
류현진의 변형 직구(투심)와 변화구가 내야 땅볼로 연결될 확률은 다저스가 정상적인 야수 라인업을 구성할 정규시즌에는 더 높아질 수 있다.
류현진은 3회 무사 1루에서 산체스를 상대로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고, 직구를 결정구로 택해 루킹 삼진을 잡았다. 오마르 나바에스는 유격수 앞 병살타로 요리했다. 류현진이 그리는 이상적인 모습이다.
다만 아직 공이 손에 익지 않는 터라 제구에는 애를 먹었다. 1회 팀 앤더슨에게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 2회 아비세일 가르시아에게 좌중간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를 맞을 때는 류현진도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류현진은 지난해 22홈런을 맞았다. 제구 위주의 투수가, 제구가 흔들렸을 때 장타 허용이 늘어나는 맹점을 온몸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구종 변화를 피할 수 없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처음 입성한 2013년 서클 체인지업(구사율 31.17%)으로 연착륙했다. 2014년에는 슬라이더(구사율 13.77%)를 무기로 2년 차 징크스를 극복했다.
2015년 5월 어깨 수술로 긴 재활을 한 류현진은 지난해 컷 패스트볼을 연마해 구사율을 17.83%로 늘리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2018년 재도약을 노리는 류현진의 무기는 투심과 커브다.
투심과 커브의 제구가 잡힌다면, 류현진은 더 확실한 땅볼 유도 투수로 진화할 수 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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