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일치는 위험하다"고 했던 중국 인민일보의 '변심'

입력 2018-03-18 23:37  

"만장일치는 위험하다"고 했던 중국 인민일보의 '변심'
시진핑 만장일치 국가주석 재당선에 "인민의 단결력 보여줘"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7년 전에 만장일치 선거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중국 인민일보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만장일치 재당선에 찬양으로 일관해 비웃음을 사고 있다고 홍콩 빈과일보가 18일 보도했다.
빈과일보에 따르면 인민일보는 2011년 3월 17일 '만장일치 당선은 더욱 위험하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당시 일부 지방 정부 공산당 위원회 선거에서 나타난 만장일치 선거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당시 사설은 "만장일치 당선은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며, 민의를 납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만장일치 당선이 계속된다면 인민의 반항의식이 침묵 속에서 커져 그 결과는 두려운 것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중국의 문호 루쉰(魯迅)의 '침묵 속에서 폭발하지 않으면 침묵 속에서 멸망한다'는 말까지 인용하면서 "당내에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이 모두 같은 의견을 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만장일치 당선은 당선자의 우월감을 조장하고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게 만들어 잘못된 정세 판단을 하게 할 수 있다"며 "이는 당선자의 정책 결정과 집행에도 절대 유리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북경일보도 2012년 3월 31일 '만장일치 당선이 반드시 민의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일부 지방 정부 선거의 만장일치 당선을 호되게 비판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전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만장일치로 국가주석으로 재선출되자 인민일보는 7년 전과 180도 달라진 논조를 선보였다.
전날 인민일보는 '시진핑은 국가의 조타수, 인민의 인도자'라는 사설에서 "대국의 돛을 올려 먼 항해를 떠나려면 조타수가 없으면 안 되며, 민족의 부흥 과정에서 인도자가 필요하다"며 시 주석의 재선출을 옹호했다.
이어 "전인대에서 시 주석이 만장일치로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에 뽑힌 것은 당과 인민, 국가 의지의 단결력을 충분히 보여줬다"면서 "모든 당과 군, 전국 각 민족의 공동 바람과 마음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모든 당과 군, 인민이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 주위에 긴밀히 단결해 한마음으로 끊임없이 분투하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어떤 기적도 창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인민일보의 '변심'을 알아차린 중국 네티즌들이 소셜미디어 웨이신(微信·위챗) 등을 통해 7년 전 인민일보 칼럼을 유포하자, 당국은 즉각 해당 칼럼을 삭제하고 포털 검색도 차단했다고 빈과일보는 전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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