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외무 "암살 위한 신경작용제 연구·비축한 증거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영국에서 벌어진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이 러시아의 소행이라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로이터통신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대선 승리 후 기자들에게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러시아가 대선 직전에 이러한 무모한 행위에 나선다는 것이 터무니없고, 어리석고, 말도 안 되는 얘기라는 것을 알 것"이라며 "그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앞서 영국에 기밀을 넘긴 혐의로 수감 생활을 하다 죄수 맞교환으로 풀려난 전직 러시아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66)은 지난 4일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에서 딸과 함께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영국 정부는 이들에게서 러시아가 과거 군사용으로 개발한 '노비촉'이라는 신경작용제가 검출된 사실을 근거로 러시아를 사건의 배후로 보고 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이날 "만약 그것이 군사용 신경작용제였다면 그 사람들은 현장에서 죽었을 것"이라면서 "두 번째로, 러시아는 그러한 작용제를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의 모든 화학무기를 국제기관의 감독하에 폐기했다"면서 "우리는 그렇게 하기로 약속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은 우리의 동맹국과는 달리, 그것을 가장 먼저 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이번 사건으로 촉발된 러시아와 영국 간 긴장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리는 필요한 조사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상대방이 원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 그러한 움직임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이 이번 사건 책임을 묻기 위해 런던 주재 러시아 외교관 추방 등의 대러 제재를 가하고, 이에 러시아도 맞대응에 나서면서 양국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의 부인에도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BBC방송에 "우리는 지난 10년 이내에 러시아가 암살을 목적으로 신경작용제 공격 기법을 연구했을 뿐 아니라 '노비촉'을 만들고 비축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존슨 장관은 "이번 주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러시아에 대해 우리가 취하기를 바라는 어떤 추가적인 조치가 있는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 사용된 화학물질 샘플을 확인하기 위해 오는 19일 영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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