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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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발터 벤야민, 사진에 대하여 = 발터 벤야민 지음. 에스터 레슬리 엮음. 김정아 옮김.
독일 문예이론가 발터 벤야민(1892∼1940)이 사진을 주제로 쓴 글들을 엮었다.
20세기 초반 유럽에서 사진은 이미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온 상태였다. 신문의 삽화가 사진으로 바뀌었고, 전통적 의미의 회화가 사진에 위협받고 있었다. 보들레르 같은 낭만주의자들은 사진이 예술의 영역을 침범하는 데 반대했다.
그러나 벤야민은 새로운 예술 형식으로서 사진의 정치적·미학적 가능성에 주목했다. 현실을 이상화하는 기존 예술이 기만적이라면 사진은 현실을 폭로한다. 거의 무한에 가까운 복제를 통해 대상을 대중의 눈앞에 가져다 놓는 사진은 전통적 예술 작품의 아우라를 해체할 수도 있다.
사진의 가능성에 대한 벤야민의 선구적 사유는 예술작품 제작에 복제기술이 본격 도입된 20세기 후반에야 제대로 평가받는다. 책을 엮고 해설한 영국 학자 에스터 레슬리는 이렇게 설명했다.
"회화, 조각 등 전통적 예술에 달라붙어 있는 아우라는 새로운 매체의 전폭적 수용을 통해서 제거되어야 할 부르주아 계급의 오점이라는 것이 벤야민의 아우라 개념에 대한 그 시기의 해석이었다."
위즈덤하우스. 244쪽. 1만5천원.
▲ 시네페미니즘 = 주유신 지음.
'1세대 시네페미니스트'로 꼽히는 저자가 한국영화 속 젠더 문제 등 영화와 페미니즘에 관해 쓴 글 13편을 엮었다.
영화는 상업성을 추구하는 속성 탓에 성적 표현, 여성의 육체 이미지와 뗄 수 없다. 여성은 성적으로 순결하거나 과잉 성욕의 소유자로 묘사된다. 동시에 과도한 폭력의 대상이거나 남성이 주도하는 구원의 대상이다. 이는 남성이 여성에 대해 갖는 관념론적 이분법의 결과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여성 인물에게 가하는 폭력을 남성의 자기보존 본능으로 정당화하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을 사례로 제시한다. 김기덕 영화에는 "무조건 폭력적인 것이 '남자다운' 것이고, 여성은 근본적으로 남성의 소유물이라는 일련의 이데올로기적인 믿음"이 전제로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여성은 혐오와 가학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보자면 그의 작품은 예술영화가 아니라 "타자들에 대한 어떤 성찰도 담고 있지 않은 무책임한 사회적 배설 행위"에 불과하다.
"그의 영화들이 갖는 호소력과 차별성은 다름 아니라 '여성에 대한 극도로 착취적인 상상력과 혐오증적인 태도' 그리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페니스 파시즘'에 기반하는 것이다. (…) 이를 정치적, 미학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공식적으로는 감히 표현할 수 없는 남성적 무의식에 대한 동조이자, 여성에 대한 억압과 가학적인 폭력을 통해서 남성 주체성을 재확립하고자 하는 유혹에의 굴복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호밀밭. 496쪽. 2만5천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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