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새 인민은행장 선출…부총리된 류허 영향력 커질듯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 금융을 16년간 이끌어온 저우샤오촨(周小川·70) 중국 인민은행장 후임으로 '다크호스'였던 이강(易綱·60) 인민은행 부행장이 선출됐다.
새 인민은행장 선임과 함께 중국 국무원 기구개혁으로 금융정책 체계가 크게 바뀌고, 여기에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입김이 강화된 인선이 이뤄지면서 인민은행의 역할도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강 신임 행장은 당초 새 행장 후보로 거론되기는 했지만 크게 주목을 받던 인사는 아니었다. 그간 장차오량(蔣超良·61) 후베이(湖北)성 당서기와 류스위(劉士余·57)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궈수칭(郭樹淸·61)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주석 3명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었다.
이강 행장은 특히 지난해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대)에서 중앙위원회 위원에 오르지 못하고 후보위원에 머물면서 후보군에서 탈락한 것으로도 여겨졌던 점에서도 의외의 인사로 평가받는다.
베이징(北京) 태생으로 베이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행장은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학위를 따고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교수를 지낸 경력으로 영어가 유창해 인민은행의 대외 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 종신교수직을 뿌리치고 1994년 중국에 돌아와 모교인 베이징대 중국경제연구센터 교수를 지낸 다음 3년 뒤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회에 영입돼 통화정책사(司) 사장, 행장조리 등을 거쳐 2008년부터 부행장을 지냈다.
특히 이 행장의 선임에는 이날 부총리로 선출된 시 주석의 경제책사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이 행장은 2014년부터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의 부주임을 겸직하면서 류허 부총리와 합을 맞춰온 인연이 있다.
여기에 그간 마카이(馬凱) 전 부총리가 맡았던 '금융안정발전위원회' 주임에도 류 부총리가 내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11월 정식 설립된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앞으로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증권감독위원회 등을 통솔하는 최상위 금융감독기구로 그 사무실을 인민은행에 두고 있다.
중국의 통화정책을 다루는 인민은행 업무에도 류 부총리를 매개로 시 주석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민은행의 역할이 커질지 여부는 신임 인민은행장의 개인 영향력과 새롭게 재편된 금융체제내 발언권에 달려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이번 전인대에서 확정된 국무원 기구개혁으로 인민은행의 직능도 크게 강화 조정됐다. 이 신임 행장에게는 기존의 거시금융 통제 및 통화정책 수립 업무 외에도 건전성 감독관리에 중점을 두고 시스템성 금융리스크를 막는 중책이 부과될 전망이다.
대신 통합된 은행·보험 감독관리위원회는 앞으로 거시정책, 법규를 다루지 않고 미시 금융관리, 시장감독, 투자자 보호 등 구체적인 행위 감독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왕쥔(王軍) 중위안(中原)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의 건전성 감독기능이 강화된 개혁"이라며 "앞으로 모든 금융산업 발전과 안정, 지도부의 설계지침은 모두 인민은행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 기업과 지방정부의 엄청난 부채율이 안고 있는 잠재적 금융리스크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인민은행이 안게 된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칸막이가 사라지는 금융업의 융합 추세를 반영해 은행과 보험의 감독관리를 통합한 만큼 이에 따른 건전성 감독규제를 어떻게 마련할지도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한편 이강 행장의 선출과 함께 지난 2002년부터 16년간 행장을 역임한 중국의 최장수 중앙은행장 저우샤오촨 행장은 이날로 공식 퇴임하게 됐다.
지난 2005년 중국의 관리변동환율제 도입에 앞장서 '미스터 런민비'라는 별칭을 얻은 저우 행장은 통화정책 완화와 위안화의 국제화를 이끌어오면서 최근에는 '검은 백조'(예측이 어려운 돌발위험)와 '회색 코뿔소'(현실화전까지 간과되는 위험 요인)를 중국 금융의 경계대상으로 꼽기도 했다.
저우 행장은 은퇴후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博鰲) 포럼 부이사장 자리를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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