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치산 외사영도소조 부소조장 맡아 대미외교 선봉 나설 듯
양제츠, 왕치산 보좌역…왕이, 국무위원 겸해 위상 강화 돼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무원 부총리와 국무위원, 부장급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시진핑 집권 2기 외교·안보 라인의 윤곽이 드러났다.
전인대는 19일 오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제7차 전체회의를 열고 표결로 리커창(李克强) 총리 지명 인사안을 승인했다.
이날 인사안의 핵심은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현직을 유지하면서 국무위원으로 승진한 점이다. 전임자인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가 중앙외사영도소조 비서장 겸 판공실 주임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지명으로 국가부주석에 선임된 왕치산(王岐山)은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이전의 전공 분야인 외교분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돼 중앙외사영도소조 부소조장을 맡을 공산이 커 보인다.
중앙외교사영도소조는 공산당의 지휘아래 국가기관이 움직이는 중국 정치·행정시스템에서 당과 국무원의 외교안보라인을 총괄 지휘하는 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으며, 시 주석이 소조장을 맡고 있다.
따라서 이날 인사로 '시진핑-왕치산-양제츠-왕이' 체제의 외교 축이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
눈여겨 볼 인물은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서 연령제한으로 퇴임하고서도, 화려하게 복귀한 왕치산이라고 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집권 이후 미중 간에 외교·안보·경제분야의 갈등과 대립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왕치산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왕치산은 2009∼2012년 경제 부총리로서 미국과의 전략경제 대화를 이끄는 등 20년간 각종 외교 업무에 관여한 바 있다.
작년 10월 제19차 당대회에서 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25명 중 한 명으로 승진한 양제츠는 국무원 업무보다는 당 조직 관리에 집중하면서 왕 부주석을 보좌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부총리를 역임했던 왕 부주석이 미중 통상 문제에 비중을 둔다면, 양 비서장은 풍부한 외교 경험을 바탕으로 당과 정부 간 전체적인 외교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양제츠 부총리로 임명되지 않고, 국무위원에서 물러났다고 해서 입지가 약화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차후 외교부문 당 조직 개편 과정에서 양제츠가 중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왕이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 선임 인사도 작지 않은 '함의'가 있어 보인다. 그동안 왕이 외교부장은,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존재로 입지가 애매할 때가 있었으나, 이번 인사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왕 부장의 승진과 관련해 "중국 외교 부문은 직급이 충분히 높지 않아 의사결정 과정의 비효율적인 구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면서 "왕 부장이 국무위원이 됨으로써 국무원 부장(장관급)보다 높은 직위를 갖게 됐다"고 분석했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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