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틸러슨과 마찰 빚어오며 사퇴 고민하다 상승세"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전격적인 경질과 함께 기존 국무부 라인이 내몰리고 있는 와중에 헤더 나워트 대변인이 '나 홀로 전성기'를 구가하면서 워싱턴 외교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틸러슨 장관이 지난 13일(현지시간) '트윗 해고 통보'를 받은 직후 이에 반기를 든 스티브 골드 스타인 공공외교·공공정책 담당 국무차관도 동반 경질된 가운데 나워트 대변인이 대변인직을 유지하면서 골드스타인의 빈자리도 겸임하게 되면서다.
AP통신은 19일 "틸러슨 장관이 갑작스레 잘리게 된 것과 달리 나워트의 운세는 한껏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국무부 내에서 상급자는 단 세 명뿐인 위치로 올라가게 됐다"고 전했다.
국무차관 권한대행 승진으로 나워트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 대사와 함께 몇 안 되는 외교 분야 대표 여성 인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고 AP는 분석했다.
나워트 대변인의 급부상은 틸러슨 장관과의 긴장관계 등을 고려할 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외교정책이나 국제관계를 전공하지 않은 그의 이력에 비춰 더욱 이례적인 발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나워트 대변인은 컬럼비아 대학에서 저널리즘 석사학위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폭스뉴스의 '폭스와 친구들' 앵커 출신인 나워트 대변인은 지난해 4월 국무부의 '입'으로 발탁된 이후 언론 접촉을 제한하려는 틸러슨 장관과 줄곧 마찰을 빚어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로 인해 나워트 대변인은 틸러슨 장관의 해외 출장이나 국무부 주요 회의에서 배제되는 등 틸러슨 체제에서 '핵심 라인'에 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임 대변인들이 누려왔던 국무장관 접근권도 그에게는 허용되지 않았다.
이에 좌절감을 느낀 나워트 대변인은 몇 번이나 그만두려고 했었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떠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왔다는 후문이다.
나워트 대변인은 국무차관직을 제안받고 깜짝 놀라 국무부 내 다른 인사를 추천했지만, 백악관 인사들의 권유로 결국 그 직을 수락하게 됐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백악관과 사사건건 충돌해왔던 틸러슨 장관과 달리 나워트 대변인은 백악관 인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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