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서품식서 "주교는 군림하기보다 섬기는 일에 치중해야"
(바티칸시티=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주한 교황청 대사로 임명된 알프레드 수에레브(59) 신부가 한국으로 부임하기 전에 주교 서품을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9일 저녁(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에서 주교 서품식을 열고 몰타 출신의 수에레브 대사 임명자를 비롯해 폴란드의 발데마르 스타니스라브 솜머르타, 캐나다의 호세 아벨리노 베탕쿠르 등 3명의 몬시뇰을 주교로 서품했다.
몰타 고조 교구 출신의 수에레브 주교는 1984년 사제품을 받은 뒤 교황청 국무원 국무부, 교황궁내원 등을 거쳐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제2 개인 비서와 프란치스코 교황 제1 개인 비서, 교황청 재무원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고, 지난 달 주한 교황청 대사로 임명됐다.
한반도 정세가 북핵 위기로 인한 극도의 긴장 상태에서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급속히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교황청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직접 소통이 가능할 만큼 교황과 각별한 관계인 수에레브 신임 주교를 주한 교황청 대사로 임명한 것은 교황청의 한반도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서품식에서 3명의 신임 주교에게 "주교들은 (교회의)왕자가 되려는 유혹을 버리고, 군림하기보다는 섬기는 일에 치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어 "관할 구역의 신부들이 찾을 경우 주교는 바로 그 당일, 늦어도 다음 날이면 연락이 되어야 한다"며 "사업이나 상류 사회, 정계를 위해 선택된 게 아님을 명심해 달라"고 당부했다.
2시간 반 남짓 이어진 성성식 이후 주교를 상징하는 분홍색 모자를 새로 쓴 이들 신임 주교는 교황청 경내 바오로 6세홀로 이동, 교황청 관계자들과 신자들의 축하를 받았다.
이 자리에는 이백만 주교황청 한국 대사를 비롯해 로마에 신학 공부 등을 위해 체류하는 한국 사제와 수녀, 현지 한인 성당 신자 등 한국 교민 150여 명이 함께 모여 곧 한국을 향해 장도에 오르는 수에레브 주교에게 축하를 전해 의미를 더했다.
교민들은 신부 1명의 기타 반주에 맞춰 가톨릭 성가를 부르며, 수에레브 주교가 주한 교황청 한국 대사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를 기원했다.
수에레브 주교는 이에 손을 모아 감사의 인사를 하며 "한국에 어서 가고 싶다. 저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축하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폴 갈라거 교황청 외교장관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정치적·외교적인 경험이 풍부한 수에레브 주교를 지금 이 시점에 주한 교황청 대사로 임명한 것에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수에레브 주교는 이달 말 고국인 몰타를 잠시 방문한 뒤 늦어도 5월에는 한국으로 부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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