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배 우승 확정…"이 계기로 한국 기사들 계속 잘하길"
"바둑에서 최고의 컨디션 관리는 승리"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프로 바둑기사 김지석 9단이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20일까지 김지석 9단은 각종 바둑 대회에서 19승 2패를 기록, 승률(90.48%) 1위를 달리고 있다.
3월 초까지 16연승을 질주하기도 했다.
많은 승리는 우승으로 이어졌다. 김지석 9단은 지난 1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본선 13국에서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을 제압하며 한국의 우승을 확정 지었다.
그에 앞서 12국에서 김지석 9단은 5연승을 달리던 중국의 당이페이 9단을 꺾고 중국의 마지막 주자 커제 9단을 끌어냈다.
김지석 9단의 막판 활약으로 한국은 한중일 바둑 국가대항전인 농심배에서 5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았다.
2월로 거슬러 올라가면 김지석 9단은 국내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신설 대회인 JTBC 챌린지매치 1차 대회에서 최재영 3단을 결승에서 꺾고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JTBC 챌린지매치 결승 대국과 농심배에서의 두 대국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집념으로 판을 뒤집고 역전으로 승리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김지석 9단의 3월 한국 바둑랭킹은 4위. 2013년 말부터 2015년 말까지는 박정환 9단을 이어 거의 부동의 2위였던 김지석 9단이다.
하지만 최근 2년간 랭킹이 7∼8위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무서운 기세로 올라가고 있다.
서울 한국기원에서 만난 김지석 9단에게 '요즘 잘 나가는 비결'을 물어봤다.
김지석 9단은 "요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도 "평소에 판수가 부족했는데 새로 생긴 JTBC 챌린지매치에 나가면서 실전을 쌓는 데 도움이 됐고 우승까지 했다. 우승하면서 생긴 자신감이 농심배에서 좋게 이어졌다"고 말했다.
농심배는 세계대회이고 단체전이어서 의미가 더 각별하다.
김지석 9단은 "오랜만에 한국이 우승할 수 있게 도움이 된 것 같아서 기뻤다"며 "최근 단체전이든 개인전이든 중국이 많이 이기고 있었는데, 이번을 계기로 한국 기사들이 다시 잘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한국은 이번에 우승하기 전까지 지난 4년간 중국에 농심배 우승컵을 내주고 있었다.
김지석 9단은 "유일한 단체전이어서 팬분들이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김지석 9단은 이번 농심배에 와일드카드로 출전하면서 신민준 7단, 김명훈 5단, 신진서 8단, 박정환 9단 등 동생들을 이끄는 대표팀의 맏형이 됐고, 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는 "사실 농심배에 여러 번 나갔는데, 제가 중요한 역할을 맡았을 때는 우승한 적이 없었다. 우승한 적이 있기는 한데 앞에 나가서 일찍 졌을 때였다"고 멋쩍게 웃으며 이번에는 자신의 손으로 우승을 확정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승리가 이어지면서 우승컵과 상금이라는 수확을 얻는다.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자신감'이다.
김지석 9단에게 '예전과 비교해 최근 달라진 점이 있는가?' 묻자 "자꾸 지다 보면 이겨야 한다는 강박감이 심해진다. 반대로 이기다 보면 그런 점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오히려 더 쉽게 이기게 되고 계속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연초에 몇 번 이긴 게 좋게 풀리고 있는 것 같다"며 "바둑은 이기는 것이 가장 좋은 컨디션 관리인 것 같다"며 웃었다.
김지석 9단의 정상 도전은 계속된다.
KBS 바둑왕전 결승에 올라 있고, 9단 가운데 최강자를 가리는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4강에도 진출한 김지석 9단은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대회가 많이 남았다"며 좋은 흐름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또 "단체전 결과가 괜찮았으니 개인전에서 다시 한 번 우승하는 것이 올해 목표"라며 지금의 기세를 몰아 세계대회 우승을 이루겠다는 의욕을 다졌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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