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바티칸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혼을 금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필리핀에서 이혼을 합법화하는 법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하원을 통과했다.
그러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이혼 합법화에 반대하는 데다가 다수의 상원 의원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어 최종결과는 미지수다.
인구의 8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필리핀에서 현재 부부가 법적으로 완전히 갈라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혼인무효다.
혼인무효도 많은 돈을 들이면서 오랜 기간 소송을 거쳐야 해서 서민은 엄두도 낼 수 없다.
20일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필리핀 하원은 전날 찬성 134표, 반대 57표로 이혼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전 국민의 53%가 이혼 합법화에 찬성한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혼가정 자녀의 복지 문제 등을 거론하며 이혼 합법화에 반대한다고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이 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 것이지만,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이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두테르테 대통령과 가까운 다수의 상원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밝혀왔고, 상원 다수당 지도자 빈센트 소토 의원도 "상원이 그 법안을 통과시킬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가톨릭 주교회의도 의회에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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