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는 러시아 배후로 지목한 영국 지지 성명 발표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국제 화학무기 감시단체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가 영국에서 최근 발생한 이중스파이 독살시도 사건 조사에 착수했다.
1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OPCW 조사관들이 이날 영국에 도착해 러시아 이중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66)에게 사용된 독극물 샘플을 확인하는 독립적인 조사를 개시했다.
OPCW 조사관들은 또 영국 정부 산하 국방과학·기술연구원 연구원, 현지 경찰과 만나 샘플 수집 과정 등을 논의한다고 영국 외무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와 함께 이들 조사관은 이번에 수집한 화학물질 샘플을 국제 연구소로 보낼 예정으로 그 결과는 2주 내로 나올 것이라고 dpa통신은 전했다.
영국 경찰은 독살시도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가 매우 복잡한 작업을 거치기 때문에 몇 달간 진행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은 이번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한 영국 정부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EU 외무장관들은 성명에서 "EU는 러시아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영국 정부의 발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유럽 영토에서 신경작용제 공격이 발생하기는 70년 만에 처음이라며 이는 화학무기 협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우리 모두에게 안보 위협"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EU 외교관들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경제 제재가 즉각적으로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러시아는 여전히 이번 사건의 배후설을 부인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대선에서 승리한 지난 18일 '이중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이 러시아의 소행이라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러시아가 대선 직전에 이러한 무모한 행위에 나선다는 것이 터무니없고, 어리석고, 말도 안 되는 얘기라는 것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영국에 기밀을 넘긴 혐의로 수감 생활을 하다 죄수 맞교환으로 풀려난 이중스파이 스크리팔은 지난 4일 영국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에서 딸과 함께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영국 정부는 이들에게서 러시아가 과거 군사용으로 개발한 '노비촉'이라는 신경작용제가 검출된 사실을 근거로 러시아를 사건의 배후로 보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18일 BBC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지난 10년 이내에 러시아가 암살을 목적으로 신경작용제 공격 기법을 연구했을 뿐 아니라 '노비촉'을 만들고 비축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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