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서 큰 틀 합의로 비핵화 방향·일정 제시할듯"
"핵 동결에서 끝나지 않아…완전 비핵화가 국제사회의 목표"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강경화 외교장관은 19일 향후 전개될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해 "북한이 우선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줘야 제재완화도 고려할 수 있다"며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해 서방과 이란 간에 체결된 핵합의 사례를 모델로 제시했다.
그는 또 오는 5월 열릴 예정인 북미정상회담 이전에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만드는 것은 시간적으로 어렵다면서 정상회담에서는 두 정상이 큰 틀의 합의를 이뤄 앞으로의 방향과 타임테이블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연합(EU)의 초청을 받고, 비(非) EU 회원국 장관으로는 이례적으로 외교이사회에 참석했던 강 장관은 이날 귀국길에 오르기 전에 브뤼셀 공항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단독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강 장관은 북한 비핵화 협상과 제재해제 문제에 대해 "북한이 대화에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고, 지금까지 보상해준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면서 "대화에 나와 비핵화를 향해서 구체적인 플랜에 동의해주고, 행동을 취하면 그때 비로소 제재를 풀어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과의 핵합의 모델을 거론하며 "오랜 세월 (협상)끝에 합의하고, 합의에 따른 구체적인 행동이 있었을 때 제재를 풀 게 될 것"이라며 "그런 과정에 북한이 원하는 체제안전보장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번 비핵화 협상은 "과거의 (핵합의) 내용과, 합의를 하면서 미처 챙기지 못했던 부분을 면밀히 분석해 하나도 틈이 없도록 마지막 검증까지 갖고 가야 하는 긴 프로세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북미정상회담 전까지 만드는(합의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어려울 것 같고, 북한과 미국 정상 차원에서 그야말로 큰 틀의 합의를 해 앞으로의 방향과 타임테이블을 제시하는 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막상 북한과 테이블에 앉아봐야 그림이 구체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일각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이 핵동결 수준에서 끝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는 데 대해선 "핵동결을 넘어서 완전한 비핵화로 간다는 게 우리의 목표이고, 국제사회의 목표이기 때문에 동결에서 끝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의 비핵화를 거듭 역설했다.
또 북한의 대화제의가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완성하기 위한 시간벌기용이라는 주장에 대해선 "북한이 아주 구체적으로 (비핵화에 대한) 행동을 보여줄 때까지 대북제재를 계속 갖고 간다는 게 대전제이기 때문에 북한에 시간벌기 의도에 말려들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강 장관은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 문제에 대해선 "인도적 지원은 대북제재와 상관없이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한다는 원칙을 정했고,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북핵 문제에 대해 우리만 딜을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나라도 있고, 특히 일본과 미국은 생각이 달라서 여러 여건을 고려해서 실행시기를 잘 봐서 한다는 입장"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당장이라도 하고 싶다. 인도적 지원은 제재의 틀 안에서도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브뤼셀에 오기 전에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했던 강 장관은 미국의 북미정상회담 준비 움직임과 관련, "미국 백악관도 (정상회담) 준비를 갖춰가고 있다. 어차피 대통령이 움직이는 것이어서 백악관 중심으로 팀을 꾸리는 것 같다"며 과거 북한과의 협상과 달리 국무부가 전면에 나서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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