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청와대가 20일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에는 1987년 개헌 이후 급격한 사회변화를 거치면서 새롭게 대두한 기본권이 다수 포함됐다.
먼저 세월호 참사와 '묻지마 살인사건' 등 각종 사고와 위험으로부터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확산함에 따라 생명권과 안전권을 신설했다.
사실 현행 헌법 조문에 생명권에 대한 명시적 규정은 없지만, 헌법재판소 판례를 통해 생명권은 현재도 인정되고 있다.
이에 헌법재판소 판례를 통해 인정돼 오던 생명권을 이번 개헌을 통해 명문화하고,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살 권리를 천명한 것이다.
다만, 생명권을 도입한다고 해서 낙태죄와 사형제가 바로 헌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생명권이 헌법에 들어간다고 해서 낙태가 자동적으로 위헌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태아의 생명 보호를 어떻게 할지는 법률에 맡겨진다"고 설명했다.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천부인권적 권리로 부당하게 생명권을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규정한다는 의미"라며 "현재 사형제가 위헌이 아니라고 하는 결정은 유지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행 헌법 제34조 6항에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된 '보호노력의무'를 '보호의무'로 강화했다.
정보기본권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자유나 언론·출판의 자유와 같은 소극적 권리만으로 제4차 산업혁명시대에 충분히 대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개헌안에 포함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헌법에 '알 권리'와 자신과 관련한 정보에 대해 열람하고 수정·삭제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자기정보통제권'을 명시하고, 정보의 독점과 격차로 인한 폐해의 예방·시정에 관한 국가의 노력 의무를 신설했다.
성별·장애 등 차별개선노력 의무도 신설됐다. 이는 국가에 성별·장애 등으로 인한 차별상태를 시정하고 실질적 평등 실현을 위한 노력 의무를 지워 적극적 차별 해소 정책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사회안전망 구축과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조항도 포함됐다.
현행 헌법은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보호권을 명시하지 않고 복지정책의 대상이나 보호 대상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이에 아동·청소년·노인·장애인 등은 복지의 대상이 아닌 기본권의 주체이므로 이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개헌안에는 모든 사회구성원이 각자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면서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국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시했으며, 사회보장을 국가의 시혜적 의무에서 국민의 기본적 권리로 변경해 사회보장을 실질화하고,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주거권과 국민의 건강권이 신설됐다.
또 사회적 약자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한편,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지속가능한 발전과 동물보호에 대해 국가가 그 정책을 수립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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