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익 작가, 20일부터 국제갤러리서 개인전 '엔들리스 드로잉'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누구를 위한 전시여야 할까, 내 작품을 가장 좋아했으면 하는 관객은 누구일까 하는 생각을 계속하면서 전시장에 왔어요. 생각해 보면, 학생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땡땡이' 회화로 유명한 김용익(71) 작가가 20일부터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엔들리스 드로잉'을 연다.
전시 제목만 보아서는 소묘나 데생 같은 밑그림들을 모은 것인가 싶지만, 전시장을 채운 40여점은 하나같이 화려한 갤러리와 어울리지 않는 작품들이다.
작품의 한 귀퉁이에는 물이 흘러내리다 말라버린 흔적이 선명하고, 모더니즘 추상회화처럼 보이는 작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자국들이 쓰여 있다. 한쪽에는 뜯다가 만 비닐 포장 위에 낙서까지 얹은 캔버스도 보인다. 삐딱하게 걸려 관람객의 마음을 은근히 불편하게 하는 작품도 보인다.
이들 모두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작업 중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했거나, 운송 과정에서 파손되거나, 그도 아니면 작가가 고의로 방치한 결과물이다. 변색이나 낙서, 오염 등이 더해지면서 "모더니즘의 공인된 권력에 균열을 내는" 작품으로 변했다.
작가는 이들 작품을 '드로잉'으로 칭했다. 국제갤러리 김은지 큐레이터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회화에는 어떠한 첨가도 용인되지 않지만, 드로잉에는 지속적인 덧칠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작가가 이번 전시의 가장 바라마지 않은 관객으로 학생, 특히 미대생을 꼽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학생들이 커리큘럼과 교수의 요구에 순응하다 보면 완벽주의, 결과 중심주의, 종국에는 능력 중심주의로 흐르게 됩니다. 완성을 위한 작업, 과정 아닌 결과 중심으로 가는 것이죠."
작가는 "작업하다가 만 것 같은, 그리다가 만 것 같은, 흘러내린 흔적도 있는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미술학도들이 (완성주의의 강박에서 벗어나) 해방감을 느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29일 개막하는 아트바젤 홍콩 내 국제갤러리 '캐비넷' 섹션에도 평면 오브제와 '땡땡이' 회화 등 작가의 화업 전반을 아우르는 전시가 열린다. 국제갤러리 전시는 4월 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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