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확보한 문건에 선결 조건으로 '파업 미존재' 조항 포함돼
(서울=연합뉴스) 전승현 구정모 기자 = 산업은행이 더블스타와 협의중인 금호타이어 매각 선결 조건에 파업 금지 조항을 넣으려 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금호타이어 노조가 확보한 문건에 따르면 더블스타와 매각 조건을 정리한 이 문건에 매각 선행 조건으로 '파업 미존재'라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구체적으로 "본건 거래(해외 매각)를 반대해 1주일을 초과한 또는 회사에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파업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명시됐다.
선행 조건은 계약을 체결하고 거래가 완결 때까지 충족시켜야 할 조건을 말하는 것으로, 선행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계약 당사자는 아무런 페널티 없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즉, 더블스타로서는 노조가 해외 매각을 반대하며 파업을 벌이면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노조의 노동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와 노동계 일각에서는 채권단인 산업은행이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행위를 수용할 권한이 있는지도 의심스럽다는 반응이다.
결국,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로 넘기기에 급급한 나머지 더블스타의 무리한 요구까지 받아들이려고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은행이 그동안 노조가 해외 매각을 반대하면 해외자본을 유치할 수 없어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배경도 여기에 있었다.
산업은행은 "비밀유지 위반으로 소송당할 가능성 있어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문건 내용은 채권단 승인을 받기 위해 정리한 것으로 아직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아직 MOU를 체결하지 않아 파업 금지 조항이 효력을 발휘한 것은 아니지만, 산업은행이 인정한 것처럼 앞으로 MOU에 들어갈 내용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의 달라지지 않는다.
지난 16일 채권단이 더블스타로부터 투자유치를 방안을 승인한 내용을 알리는 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면서 '파업 미존재' 부분을 공개하지 않아 은폐 논란도 제기된다.
금호타이어 노조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선행 조건인 '파업 미존재' 합의를 은폐하려고 '매각동의서와 무쟁의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며 지역사회와 노조를 협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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