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세계 최대 차량 호출 업체인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1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시험 운행을 하던 중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를 냈다. 그간 자율주행차가 충돌·전복 사고나 운전자 사망사고를 낸 적은 있지만, 보행자 사망사고는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사고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정계·노조·소비자단체 등에서는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하고 있다. 언론에 따르면 문제 차량은 이날 밤 10시께 애리조나 주 피닉스 인근 도시 템페에서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하던 중 한 교차로에서 40대 여성 보행자를 치었다. 피해 여성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망했다고 한다. 경찰은 사고 장소가 여러 방향으로 복수의 차선이 나 있는 복잡한 교차로였으며, 사고 당시 차량에는 시험 운전자 혼자 타고 있었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은 사고 순간 비닐 쇼핑봉투를 실은 자전거를 끌고 가다 갑자기 차선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시험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보행자가 차 앞으로 나오는 게 마치 섬광 같았고, 차량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서야 충돌 사실을 인지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예비조사 결과 우버의 자율주행차는 시속 56km 운행 구역에서 시속 60.8km로 주행 중이었으며, 속도를 줄이려는 시도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피해 여성이 당시 돌발 행동을 했고 우버의 자율주행차는 이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현지에 조사팀을 급파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우버는 사고 직후 피츠버그·샌프란시스코·토론토 등 북미지역에서 진행하던 모든 시험 운행을 중단했다.
미국에서는 그간 자율주행차 기술 선점을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이번 사고를 계기로 규제 강화 여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자율주행 기술이 도로혼잡을 완화하고 교통사고도 줄일 것이라는 업계의 주장에 의구심을 가질 만한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상원의원은 "이번 비극적 사고로 볼 때 자율주행 기술이 미국 도로를 공유하는 승객, 보행자, 운전자에게 안전해지려면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미 트럭 운전자 노동조합인 '국제 트럭 운전자 연대'도 성명을 통해 자율주행 차량을 도로에서 테스트하는 데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한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로써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었던 자동차·IT(정보기술) 업계는 고민에 빠지게 됐다. 자율주행 기술이 기존 교통시스템을 대체할 첨단 기술로 부상하면서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과 구글, 애플 등 IT업체들은 지금까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열기가 식어서는 안 된다. 미국 정부 통계를 보면 2014년 한해 미전역에서 3만2천 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는데, 이 중 20%가 졸음운전 피해자일 정도로 운전자 부주의가 주요 원인이었다. 한국도 사정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험 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하나하나 고쳐가면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율주행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다만, 자율주행 시험에 적용할 안전 기준은 사고 예방에 충분할 만큼 강화해야 할 것이다. 기술 개발 과정에 있다고 해도 이번 미국 사고처럼 어이없는 인명피해가 나게 해서는 안 된다. 자율주행차 운행에 관한 법규도 마련할 때가 됐다. 국내에는 아직 자율주행 사고 시 제조사와 운전자의 책임 소재나 보험 처리 등에 관한 법률이 없다. 이는 국내 업계의 기술 개발을 촉진하는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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