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부터 끈벌레 다량 출현 예상…조업 힘들 듯"
(고양=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봄이 되면서 한강 하류에 유해 생물인 '끈벌레'가 다시 출현, 어민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끈벌레가 포식성이 강해 어로 작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21일 고양시 행주 어민들에 따르면 지난 주말부터 한강 하류인 행주대교와 김포(신곡) 수중보 사이에서 붉은 끈벌레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어민들이 잉어와 뱀장어 등을 잡으려고 설치한 그물에 끈벌레가 함께 걸려 올라오는 것이다.
30여 명으로 구성된 행주 어민들은 다음 달 중순부터 5월 초까지 한강 하구 행주대교와 신곡 수중보 사이에서 실뱀장어(뱀장어 치어) 조업을 할 예정이지만 걱정이 앞서고 있다.
어민들은 1인당 약 7개씩 포획용 그물을 한강에 설치할 수 있다.
지난해 그물마다 끈벌레와 대다수 죽은 실뱀장어가 섞인 채로 잡혀 사실상 조업을 포기했었고, 올해도 끈벌레가 지난해처럼 출현하면 작년처럼 조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부들은 일단 다음주부터 내달초까지 끈벌레가 더 많이 출현하는지 살핀 뒤 전체회의를 해 조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부 한상원(60)씨는 "최근 3년 동안 봄 실뱀장어 조업 때 그물마다 90% 이상이 끈벌레로 가득 찼다"면서 "끈벌레에서 나온 점액질로 새끼뱀장어가 금방 죽어버렸다. 올해도 작년 같은 수준이면 조업은 사실상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날이 풀리면서 예년과 비슷한 시기에 끈벌레가 출현하고 있다"면서 "기온이 점차 오르는 다음주면 끈벌레 출현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어부 김순호(70) 씨는 "작년 조업 때 그물에 잡힌 실뱀장어가 끈벌레 때문에 죽을까 봐 재빨리 선별해 깨끗한 수조로 옮겼지만 모두 죽었다"면서 "올해도 이런 상항이면 사실상 조업은 힘들다"고 전했다.
어민들은 끈벌레가 행주대교를 기점으로 한강 상류 6∼7㎞ 지점에 있는 난지물재생센터와 서남물재생센터가 정상처리하지 않은 하수·분뇨를 한강에 무단 방류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해왔다.
심화식(63) 한강살리기어민 피해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몇 년간 한강 하류에서 발생한 녹조와 신종 괴물체인 끈벌레 출현도 오염된 방류수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주 조업 때 어민들을 상대로 끈벌레가 나오는 양을 좀 더 파악한 뒤 어민들과 대책회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끈벌레는 20∼30㎝ 크기로 머리 부분은 원통형에 가깝지만 꼬리 부분으로 가면서 납작해져 이동성이 좋고 주로 모래나 펄 속, 해조류 사이, 바위 밑에 서식한다.
신경계 독소를 뿜어내 마비시키는 방법으로 환형동물, 갑각류, 연체동물 등 어류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등 포식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닷속 유해 생물로 알려진 끈벌레는 2013년 봄 한강 하류에 나타나면서 국내에 처음 보고됐다.
한편 수년간 한강 하류 어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끈벌레'의 실체와 발생 원인 등이 올해 7월이면 드러날 전망이다.
고양시로부터 '한강 수질과 끈벌레류 발생 원인 규명과 실뱀장어 폐사 원인 등 어업피해영향조사' 용역기관으로 선정된 인하대학교 산학협력단이 2016년 가을부터 오는 6월 말까지 한강 가양대교부터 고양시 송포동 한강하류 15㎞ 구간에서 연구를 진행, 7월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n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