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도 전 대통령 부패스캔들…사정당국, 사르코지 정조준(종합2보)

입력 2018-03-21 02:43   수정 2018-03-21 08:39

프랑스도 전 대통령 부패스캔들…사정당국, 사르코지 정조준(종합2보)
2007년 대선 직전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로부터 최대 660억 수수 의혹
경찰, 사르코지 48시간 구금 심문 중…카다피 측근들, 프랑스 수사에 적극협조
사르코지, '프랑스 공습에 불만 품은 리비아 측 음해' 주장…혐의 부인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리비아의 독재정권으로부터 거액의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경찰에 구금됐다.
전직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다수의 부패혐의로 사정당국의 강도 높은 수사 선상에 오르자 프랑스 정계가 폭풍 전야 분위기다.
20일(현지시간) 프랑스 사정당국에 따르면 파리 근교의 낭테르 경찰은 이날 오전 불법정치자금·돈세탁·탈세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63세·2007∼2012 재임)의 신병을 확보해 심문 중이다.
사르코지는 지난 2007년 프랑스 대선 직전에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2011년 사망)로부터 최대 5천만 유로(660억원 상당)의 불법 자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프랑스 사정당국은 2013년을 전후로 탐사보도 매체가 관련 의혹을 보도하기 시작하자 그해 4월 내사를 시작했다.
탐사보도 전문 온라인매체 메디아파르(Mediapart)는 카다피가 2007년 프랑스 대선 직전 사르코지 측에 5천만 유로(660억원 상당)을 건넸다는 리비아 정보국장의 서명이 담긴 문서를 확보해 보도한 바 있다.
전달책으로 지목된 프랑스계 레바논인 사업가 지아드 타키딘은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150만∼200만 유로가량을 현금으로 직접 프랑스 측에 전달했고, 이 돈은 카다피의 오른팔이었던 리비아 정보국장 압달레 세누시에 의해 조달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타키딘은 2016년 11월 프랑스검찰 조사에서도 자신이 500만 유로(66억원 상당)의 자금을 리비아에서 프랑스로 2006년 말과 2007년 초 송금했다고 실토했다고 일간 르몽드는 전했다.
이 자금은 클로드 게앙 당시 내무장관을 통해 대선 후보였던 사르코지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프랑스 경찰이 파악한 내용이다. 이런 내용은 2012년 리비아 검찰의 관련자 수사에서도 확인됐다고 한다.
메이아파르와 르몽드 등 프랑스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사르코지는 최소 500만 유로(66억원 상당)에서 최대 5천만 유로(660억원 상당)의 불법 자금을 2006년 말과 2007년 초 리비아 정권으로부터 건네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리비아의 석유장관이었던 추크리 가넴이 숨지기 전 남긴 비망록에도 리비아가 사르코지 쪽에 거액의 불법자금을 넘긴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검찰은 최근 이 비망록도 증거물로 확보했다.
나아가 카다피의 비자금 관리자이자 프랑스와의 중개인 역할을 담당했던 베시르 살레는 최근 르몽드 인터뷰에서 "카다피는 자신이 사르코지에게 돈을 줬다고 말했고, 사르코지는 받지 않았다고 한다"며 "나는 사르코지보다는 카다피의 말을 더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랑스검찰은 리비아의 검은돈이 중개인들을 거쳐 사르코지의 오른팔인 게앙 전 내무장관에게 건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게앙은 이렇게 흘러든 불법자금의 일부를 유용해 파리 시내에 아파트를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게앙은 2007년 사르코지 캠프의 총책임자를 지낸 뒤 사르코지가 대선에 승리한 뒤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최측근이다.
검찰은 50만 유로(6억6천만원 상당)의 외화가 게앙의 계좌로 입금된 사실도 파악하고, 2008년 그가 남프랑스의 별장을 리비아의 한 투자회사에서 시세보다 크게 높은 가격으로 매각한 경위도 수사 중이다.
프랑스 당국은 이날 경찰에 출석한 사르코지를 48시간 구금하기로 했다. 이는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와 증언을 다량 확보한 데에 따른 것 분석된다.
카다피 정권의 요직을 지냈던 인사들이 최근 프랑스검찰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데다, 스위스에 있던 리비아 측 인사의 거주지에서 압류된 서류들이 최근 프랑스검찰의 손에 들어온 것도 수사를 급진전시키는 데 한몫을 했다.
구금 48시간이 지나면 수사판사가 필요에 따라 구금 연장과 구속 여부 등을 결정하게 된다. 프랑스는 중요 사건의 경우 수사단계에서부터 예심판사가 개입한다.
당사자인 사르코지는 혐의 일체를 부인해왔다.
프랑스가 나중에 리비아 공습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에 불만을 품은 세력의 음해라는 것이 사르코지 측 주장이다.
그는 관련 의혹을 집중 보도한 메디아파르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상태다.
사르코지는 2007년 대선에 승리해 집권한 뒤 카다피를 파리로 초청, 무기와 원전 세일즈에 나선 적이 있다. 당시 엘리제 궁에서 사르코지가 주최한 환영 만찬에 사르코지의 각료 일부는 중동의 독재자를 초청한 데 반발, 참석을 보이콧하기도 했다.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사르코지는 자신에게 검은돈을 댄 독재자를 프랑스로 불러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사르코지가 경찰에 구금돼 수사를 받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사건과 별개로 그는 2012년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면서 홍보회사인 '비그말리옹'의 자금을 몰래 갖다 쓴 혐의로 2014년 경찰에 출석해 48시간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사르코지는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기소 결정에 불복해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2012년 대선에서 사르코지 캠프가 쓴 비용은 법정한도의 두 배 가량인 2천250만 유로(300억원 상당) 가량이다. 이 재판만으로도 사르코지는 1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그는 또 다른 정치자금 재판인 베탕쿠르 사건과 관련해 '집권하면 고위직을 주겠다'는 미끼로 판사를 매수하는 등의 사법방해 혐의로 수사를 받는 등 동시에 여러 건의 부패·독직 혐의의 피의자 신세로 전락했다.
소속당인 공화당은 사르코지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정치적 파장을 우려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는 점을 환기하고자 한다"면서 "완전하고 절대적인 지지를 사르코지 전 대통령에게 보낸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화당은 전 대통령과 중동의 독재정권이 연루된 매머드급 부패 스캔들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르코지파는 현 제1야당인 중도우파 공화당 내에서도 여전히 주요 계파로, 그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인물들이 당의 요직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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