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첨단정보기술(IT) 사업가에서 벤처 투자가로, 미국의 유력 언론사 사주로 변신하며 관심을 모았던 마이클 페로(51) 트롱크(Tronc·트리뷴온라인콘텐트) 회장이 성추행 의혹 보도가 나오기 직전 전격 사퇴했다. 20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은 페로 회장이 전날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의 성추행 의혹 보도가 나오기 불과 서너 시간 전 '트롱크' 대표이사직에서 서둘러 사임했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포천은 전날 온라인판에서 페로 회장이 시카고 벤처 투자사의 수장으로 있을 당시 취업 정보 사이트 '뮤즈'(themuse.com)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캐스린 민슈(32)와 대형 기계·장비 제조업체 '잉가솔랜드'(Ingasoll Rand)의 30대 여성 경영진 헤이건 케플러(40)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슈는 페로가 2012년 '뮤즈' 창업 자금으로 10만 달러(1억1천만 원)를 투자했으며, 2013년 9월 시카고의 아파트에서 75만 달러(약 8억 원) 추가 투자 계약서에 서명한 뒤 강제로 입 맞추고 성적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케플러는 페로가 2016년 소비자가전제품박람회(CES) 개최지인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 방에서 사업상 논의를 빌미로 자신을 불러 몸을 더듬는 등 성추행했다고 밝혔다.
포천은 이같은 제보를 접하고 페로가 2011년 인수한 시카고 일간지 선타임스 소속 직원 9명을 인터뷰한 결과 "여성들에게 심리적으로 불편한 일터였다"는 고백을 들었다며 "페로는 시시때때로 여성의 외모나 옷차림에 대해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클릭 커머스'(Click Commerce) 설립자인 페로는 2011년 시카고 양대 신문 중 하나인 선타임스의 모기업을 인수하고 최대 지분을 확보, 다수의 특허를 보유한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가 겸 투자 사업가에서 미디어 사업가로 변신했다.
이어 2016년 2월, 시카고 트리뷴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 미 전역의 13개 주요 일간지와 40여 개 신문·잡지를 발행하는 '트리뷴 퍼블리싱'(트롱크 전신)의 단일 최대 주주 겸 대표이사에 올랐다.
한편 트롱크는 페로의 대표이사직 사퇴를 전격적으로 발표하고 후임에 최고경영자(CEO) 저스틴 디어본(48)을 선임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페로가 트롱크 대표이사직에서는 물러났으나 작년 12월 체결된 계약에 의거, 앞으로 3년간 1천500만 달러(약 160억 원)를 받는 유급 경영 컨설턴트의 역할은 계속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트롱크가 소유했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CEO 겸 발행인 로스 레빈슨(53)이 지난 1월 성희롱 전력 논란에 휩싸여 무급 휴직 처분을 받고, 사측이 진상조사에 나선 지 두 달 만에 벌어졌다.
트롱크는 지난달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캘리포니아 부동산 등 자산을 중국계 억만장자 의사 패트릭 순시옹(65)에게 5억 달러(약 5천400억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이달 초 연방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의 승인을 받았으며 마무리 절차를 진행 중이다.
![](https://img.yonhapnews.co.kr/etc/inner/KR/2018/03/21/AKR20180321027300009_01_i.jpg)
chicagor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