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실 책임 이유로 단행한 인사 놓고 대주주 '산은 책임론' 제기돼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대우건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해외 현장의 돌발 부실로 임원을 대거 바꾼 데 이어 자신들이 파견했던 최고경영자(CE0)도 교체키로 했다.
산업은행은 이와 관련해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조속한 시일 내 대우건설 신임 CEO 선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우건설 내·외부 출신을 가리지 않고 전문 헤드헌팅사의 시장조사와 공개모집 절차를 병행해 CEO 후보자를 발굴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새로 선임될 CEO에게 현안인 모로코 사피 발전소 현장의 조속한 정상화와 해외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등 경영혁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주문할 계획이다.
이번 대우건설 사장 교체는 최근 임원 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19일 해외 현장 손실에 대한 책임경영을 실천한다는 명목으로 본부장급 임원의 절반인 6명을 내보내는 인사를 단행했다.
토목사업본부, 플랜트사업본부 등 3개 핵심 사업 본부를 총괄하는 전무직을 폐지하고, 토목사업본부장, 인사경영지원본부장, 조달본부장, 기술연구원장, 품질안전실장 등 5개 자리에 각각 직무대리를 임명했다.
이번 인사로 산업은행이 부실 책임을 대우건설에 떠넘기고 '제 식구는 감싸는' 행태를 보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작 최고 책임자인 송 사장은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송 사장은 산업은행에서 30년간 근무하고 부행장까지 오른 인사다. 지난해 대우건설 부사장으로 가서 사장직에 올랐다.
게다가 이번에 퇴사한 본부장들의 면면을 보면 모로코 프로젝트 부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부실과 관련한 본부장은 유임돼 뒷말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특히 여론에 등 떠밀려 임원들에 이어 자신들이 파견한 CEO까지 교체하기로 했으나 사실상 매각을 주도해온 대주주 산업은행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대우건설 노조는 "매각 실패는 대우건설의 공정한 관리에 대한 실패"라며 "산업은행은 또다시 대우건설을 향해 그 책임을 묻고 있다"며 납득할 수 없는 경영진 인사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쓴소리를 하는 임원은 언제든지 해고해 버리는 행태를 서슴지 않으면서 경영간섭을 일삼고 책임만 대우건설로 떠밀고 있다"며 "산업은행은 경영간섭을 중단하고 송문선 사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해외부실 책임이 있는 본부장이 유임된 것과 관련해 "예상되는 손실 규모를 최대한 줄이고 추가적인 손실을 나는 것을 방지하는 등 사태 수습을 중요하다고 판단돼 일단 유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사태 수습이 일단락되면 담당 본부장에 대한 인사가 있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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