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강경모드' 선언…일본·인도·베트남 등과 갈등 증폭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한치의 영토도 내줄 수는 없다"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천명이 중국과 영유권분쟁을 겪는 주변국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1인 천하 시대'를 연 시 주석은 20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연설에서 "중국 인민은 어떠한 국가 분열 행위도 굴복시킬 능력이 있다"며 "위대한 조국의 한치의 영토도 절대로 중국에서 분리할 수 없고, 분리될 가능성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일차적으로 대만과 홍콩의 독립 추구세력을 겨냥한 것이지만 주변국과의 영토 분쟁과 관련, 미국 등 서방국가의 개입을 경계하며 중국의 이익을 최대한 관철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중국은 동중국해에서 일본과, 남중국해에서는 베트남·필리핀 등과 각각 영유권을 다투고 있다. 중국과 인도는 한때 무장대치 사태까지 빚은 국경 분쟁을 겪고 있다.
임기 제한을 없애며 장기 집권의 길을 트고 절대권력까지 쥔 시 주석이 대외 정책의 강경 모드를 예고해 중국과 영토 문제로 대립하는 주변국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 인도, 호주 등과 연대해 항행의 자유와 법치를 앞세워 중국의 해양진출 확대를 견제하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시 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중국몽'(中國夢·중화 민족의 부흥),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와 더 큰 충돌음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중국과 일본의 틈에 낀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고민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 아시아 국가의 외교관은 "일대일로에 전적으로 협조하지 않겠지만, 중국을 고려할 때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교도통신에 말했다.
싱가포르에 있는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맬컴 쿡 선임연구원은 "일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는 이미 중국 압력에 굴복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군비 증강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두둑한 돈 보따리를 풀며 아세안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중국의 군사·경제 지원 확대로 친중 성향이 더욱 짙어졌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는 뒤로 젖혀둔 채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남중국해를 놓고 중국과 전쟁을 안 한다", "중국은 7분 만에 마닐라에 도달하는 미사일을 갖고 있다"고 말해왔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가장 큰 대립각을 세워온 베트남은 시 주석의 집권 2기가 양국 관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대응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언론들은 시 주석의 영토 관련 발언을 소개하면서 다른 나라와의 분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인도로 불똥이 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시 주석의 발언이 대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인도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중국명 짱난<藏南>)와 같은 지역들도 포괄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총 3천488㎞에 걸쳐 국경을 맞댄 중국과 인도는 영토 분쟁을 겪고 있으며 아루나찰 프라데시 주가 그 대표지역 가운데 하나다. 중국과 인도는 지난해 히말라야 국경지대 도클람(중국명 둥랑<洞朗>)에서 73일간 무력 대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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