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신에너지 예젠밍 회장, 주주 권한까지 박탈당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칼날을 들이댄 태자당(太子黨·혁명원로 자제) 연루 재벌그룹 회장이 결국 경영권을 박탈당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1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당국에 의해 구금돼 조사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 화신(華信)에너지공사(CEFC)의 예젠밍(葉簡明·41) 회장이 회사 경영권과 주주 권한을 모두 박탈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사실은 체코에 대대적으로 투자한 화신에너지 회장이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과 관련, 대표단을 화신 측에 파견해 조사에 나선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 비서실이 발표했다.
비서실은 "화신에너지가 예젠밍 회장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예 회장이 더는 최고경영자(CEO)나 주주가 아니라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다만 화신에너지 법인 자체가 조사받는 것은 아니라는 해명도 들었다고 전했다.
화신에너지는 수년 전부터 맥주 제조업체, 항공사, 축구클럽, 호텔, 부동산 등을 잇달아 인수하는 등 체코에 공격적으로 투자해 왔다.
화신은 2002년 설립돼 상하이에 본부를 둔 중국 4위의 석유 기업으로, 2015년부터 국유은행인 중국개발은행(CDB)의 자금 지원 등을 바탕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러시아, 차드, 체코, 미국 등으로 전방위 기업사냥에 나섰다.
중국 국유은행의 대규모 자금 지원으로 성장했기에 태자당의 지원을 등에 업은 것 아니냐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고, 일부에서는 상하이 군부 세력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지난해 9월에는 러시아 국영기업이자 세계 최대 석유기업 중 하나인 로스네프트의 지분 14%를 91억 달러(약 10조 원)에 매입하기로 합의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패트릭 호(何志平) 전 홍콩 민정사무국장(장관급)이 아프리카 석유 채굴권 확보에 나선 화신을 대신해 뇌물을 전달한 혐의로 미국 법무부에 의해 기소되면서 예 회장도 중국 당국의 조사 대상이 됐다.
일부에서는 태자당을 등에 업은 재벌기업이 국유기업 자산을 헐값에 매입하는 등 전횡을 일삼자 중국 정부가 이들 기업에 칼날을 들이대게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예 회장의 조사를 시 주석이 직접 지시했다는 소문도 있다.
중국 정부는 화신에너지에 대한 전면적인 통제에 나서 상하이시 산하 투자기관인 궈성(國盛)그룹이 이달 들어 화신의 경영권을 접수했다.
또한, 국유 투자기관인 화룽(華融)자산관리공사는 러시아 로스네프트에 투자한 CEFC 하이난 인터내셔널의 지분 36.2%를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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