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철강관세 압박으로 중국 따돌릴 우호세력 결집 중"
美, 600억불 중국산 수입품에 곧 관세…中보복나서면 '악순환'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무역전쟁 불씨 제거에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를 모았던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가 사실상 성과 없이 끝나면서 미-중 간 무역갈등이 더욱 극단으로 치닫으리라는 전망에서다.
미국은 당장 수입산 철강관세 부과를 계기로 '반중국 동맹' 세력 결집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통상법 301조를 앞세워 연간 600억달러(약 64조2천500억원)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에 중국에서도 미국산 콩과 항공기를 겨냥해 "보복 관세 부과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등 양국 무역갈등은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1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주요국 재무장관들은 2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막을 내린 G20 회의에서 자유무역의 중요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정작 미국의 철강 관세 조치 같은 '핫이슈'에 대해서는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G20 회원국들은 회의를 마치면서 보호무역주의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성명에 담았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 공동성명을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거의 나아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처럼 밋밋한 G20 선언은 미국발 무역전쟁 관련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대화와 조치를 심화한다"는 공동성명 골자를 들어 보호무역 움직임이 심화하는 데 대한 우려가 감지된다고 지적했다.
니콜라스 드호브네 아르헨티나 재무장관은 "작년 G20 때까지 이어진 세계적 공감대가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게 분명하다"고 털어놓았다.
회의 분위기가 이처럼 무미건조하게 돌아가자 주요 회원국은 각자 목소리를 내며 무역전쟁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회의에서 "무역전쟁이 우리의 목표는 아니다"라면서도 "무역전쟁이 두렵지는 않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프랑스 재무장관 브뤼노 르메르는 "우리는 미국 철강 관세에서 면제돼야 한다"며 "이 문제는 중국의 과잉생산 때문이지 유럽의 미국 동맹국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무역전쟁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도 미묘하게 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무역갈등 관련 긴장을 낮추려는 미국의 의지를 감지했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므누신 장관과 만나 철강 관세 면제 요청을 했고 므누신 장관은 미국 정부의 결정 과정에 우리측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철강관세 부과 예정일인 23일 이전에 주요 동맹국을 대상으로 면제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통상전문가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 행정부는 철강 관세를 면제해주는 대가로 중국을 겨냥한 통상압박에 동참하라고 EU 등에 재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미국의 의도대로 이번 관세 조치를 계기로 '반중 무역동맹'이 결집되면 중국은 더욱 코너에 몰릴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여기에 '통상법 301조'를 근거로 규모가 연간 600억 달러에 이르는 중국산 수입품 100여종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발표 기한은 오는 23일로 철강 관세 발효 예정일과 같다.
중국은 이 같은 미국 움직임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어떠한 일방적인 무역보호주의 행위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 타임스도 21일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해 중국도 콩과 항공기 등 다양한 미국산 제품에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만약 철강 관세와 통상법 301조 등 두 조치를 함께 시행한다면 이는 중국과 무역전쟁을 정식으로 개시하겠다는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제현정 박사는 "미국이 철강 관세 부과 조치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동맹국을 빼 준다면 결국 남는 것은 중국이 될 것"이라며 "와중에 이번 G20 회의에서 드러났듯 무역갈등과 관련한 국가 간 공조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 박사는 "여기에 미국의 301조 관세 보복 조치까지 초읽기라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은 폭발 직전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이 철강 관세 부과 등으로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인다면 유럽 등 미국의 다른 동맹국도 부수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고 AFP통신은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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