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장애 야기' 페이스북에 과징금 4억원·시정명령

입력 2018-03-21 17:15  

'접속장애 야기' 페이스북에 과징금 4억원·시정명령
방통위 의결…"접속경로 임의변경해 국내 이용자에 불이익"
페이스북 "안타깝게 생각…통신사들과 협력 이어나갈 것"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방송통신위원회가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업체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천6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페이스북이 재작년 말부터 작년 초까지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국내 이용자들에게 불이익을 끼치는 등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했다고 방통위는 판단했다.
이번 결정은 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콘텐츠업체들의 엄청난 트래픽에 따른 망 비용을 통신사·콘텐츠업체·이용자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방통위는 21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포함한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조치'를 심의·의결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에 업무 처리 절차 개선 등 시정조치 명령을 내리고 행정명령 처리 결과를 공표토록 했다.
이번 결정은 방통위가 작년 5월 이번 사건에 대한 내사에 해당하는 '실태점검'을 시작한지 10개월만에, 공식 입건에 해당하는 '사실조사' 단계로 전환한지 7개월만에 내려졌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페이스북의 목표는 이용자들에게 가급적 최선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앞으로도 국내 통신사들과의 협력을 이어나가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신업체들은 "규제기관이 페이스북에 대해 내린 결정에 대해 우리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번 사건의 직접적 발단은 페이스북이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접속경로를 바꿔 결과적으로 SK브로드밴드(SKB)와 LG유플러스 사용자들이 페이스북 서비스를 사용할 때 속도가 느려지도록 한 일이다. 당시 SKB와 유플러스는 페이스북에 망 비용을 내고 캐시 서버를 운영하라고 요구했으나 협상은 지금껏 답보 상태다.
페이스북은 KT에만 망 비용을 내고 자사 캐시 서버를 운영하고 있으며, 여기에 SKB와 LG유플러스가 망을 접속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가져가고 있다.
이 방식은 한동안 큰 문제 없이 운영됐으나, 옛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6년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고시를 개정해 인터넷망 사업자들끼리 트래픽에 따른 상호접속료를 종량제 방식으로 정산토록 제도를 바꾸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런 방식의 인터넷 트래픽 정산 제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전까지는 KT[030200], SKB, LG유플러스는 상호접속료를 주고받지 않았으나, 고시 개정으로 접속을 제공해 주던 KT가 오히려 SKB와 LG유플러스에 거액의 접속료를 지불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생기면서 페이스북과 국내 통신 3사 사이에 계산이 복잡해졌다.
이에 KT는 페이스북 측에 SKB, LG유플러스와 별도 계약을 맺고 각기 대가를 지급하거나 현행 고시에 따라 KT가 추가로 부담하게 된 중계접속비만큼을 보전해 달라는 취지의 요구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페이스북과 KT 사이의 망 사용 계약은 올해 7월께 만료될 예정이며, 페이스북은 KT뿐만 아니라 SKB와 LG유플러스와도 망 사용 계약 체결 여부를 논의중이다.



방통위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페이스북은 ▲KT에 지급하는 망 사용료를 계약 갱신 시점인 올해 7∼8월께부터 올려주거나 ▲ SKB와 LG유플러스와도 각각 망 사용 계약을 체결하거나 ▲ 한국의 캐시 서버를 철수하고 국내 통신3사가 해외에서 트래픽을 가져오도록 하는 등 3가지 방안 중 하나를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마지막 방안은 국내 통신 3사가 해외 망 접속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토록 하는 것이며 한국 이용자들의 페이스북 접속이 느려질 공산이 커 관련 당사자 모두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선택이므로 페이스북이 선뜻 이를 선택하기는 어려우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나머지 두 개의 선택지도 페이스북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불하는 망 이용 대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지불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불확실하다는 게 정보통신기술(ICT)업계의 관측이다.
solat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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