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속장애 야기' 페이스북에 과징금 4억원·시정명령(종합)

입력 2018-03-21 18:00  

'접속장애 야기' 페이스북에 과징금 4억원·시정명령(종합)
방통위 의결…"접속경로 임의변경해 국내 이용자에 불이익"
페이스북 "안타깝게 생각…통신사들과 협력 이어나갈 것"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방송통신위원회가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업체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천6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이번 결정은 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넷플릭스 등 콘텐츠업체들의 엄청난 트래픽에 따른 망 비용을 통신사·콘텐츠업체·이용자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방통위는 21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포함한 '페이스북 접속경로 변경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조치'를 심의·의결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SK텔레콤(SKT), SK브로드밴드(SKB), LG유플러스(LGU+)와의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하여 SKB와 LGU+ 망을 통해 페이스북에 접속하는 이용자의 접속 속도를 떨어뜨려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도록 했으며 이는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된 '이용자 이익저해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페이스북에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공표토록 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업무 처리절차를 개선하라고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페이스북이 국내 서비스를 원활히 이어가려면 통신사들과 개별적으로 망사용 계약을 맺고 대가를 지불해야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글로벌 통신사업자가 국내 통신사업자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해외로 접속경로를 변경하여 국내 이용자의 이익을 침해한 사건으로, 부가통신사업자의 시장 영향력 증대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금지행위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방통위는 인터넷 플랫폼 시장에서 새로이 발생할 수 있는 금지행위 유형을 사전에 파악하여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방통위가 작년 5월 이번 사건에 대한 내사에 해당하는 '실태점검'을 시작한지 10개월만에, 공식 입건에 해당하는 '사실조사' 단계로 전환한지 7개월만에 내려졌다.
방통위는 KT·SKT·SKB, LGU+ 등 통신 4사에 대한 망 접속현황, 민원 발생건수, 관련 이메일 분석, 페이스북 미국 본사와 홍콩 네트워크 담당자에 대한 출석조사, 페이스북 코리아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했으며, 시정조치안에 대한 페이스북 임원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페이스북의 주장을 심도있게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조사 결과 그간 페이스북은 SKT와 LGU+에 대해 KT를 통해 접속하도록 하고 SKB가 홍콩을 통해 접속하도록 했으나, 2016년 12월에 KT와의 계약기간이 충분히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협의나 이용자 고지 없이 SKT의 접속경로를 홍콩으로 우회하도록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방통위는 밝혔다.
방통위는 또 2017년 1∼2월에는 페이스북이 LGU+의 접속경로를 홍콩·미국 등으로 우회하도록 한 사실을 확인했다.
방통위 조사에 따르면 이에 따라 SKT 트래픽이 홍콩으로 전환되면서 SKB 용량이 부족해졌고, SKB 트래픽 중 일부가 타 국제구간으로 우회되면서 병목현상이 발생해, 페이스북 접속 응답속도(측정단말에서 신호를 전송하고 수신 응답신호가 도착할 때까지의 시간)가 이용자가 몰리는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는 변경전보다 평균 4.5배(평균 0.029초→ 평균 0.13초)로 느려졌다.
또 LGU+ 무선트래픽을 해외로 우회시킨 결과, LGU+ 무선망 응답속도가 평균 2.4배(평균 0.043초 → 평균 0.105초)로 지연됐다.
이로 인해 해당 통신사를 이용하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접속이 안되거나 동영상 재생 등 일부 서비스의 이용이 어려워졌고, 이용자 문의·불만 접수건수는 접속경로 변경 후에 크게 늘었다.
SKB는 일평균 0.8건에서 12배인 9.6건으로, LGU+는 일평균 0.2건에서 172배인 34.4건으로 각각 증가했다. 또 통신사 고객센터 외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페이스북 접속장애 관련 불만·문의 글이 300여건 게시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 불만에 따른 국내 통신사업자의 문제제기에 대해 적극 확인하지 않았고, 그 결과 서비스 품질도 적정하게 유지되지 않았다고 방통위는 판단했다.
이 탓에 국내 통신사들은 이용자의 접속장애를 해소하기 위하여 추가 비용을 들여 해외 접속 용량을 증설해야 했다. 이후 페이스북은 국내에서 접속경로 변경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자 결국 2017년 10∼11월에 원 상태로 복귀시켰다.
방통위는 이러한 페이스북의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인 이용자 이익저해행위 중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가입·이용을 제한 또는 중단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은 세계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이며 국내 일일 접속자 수도 1천200만 명에 달하는 시장 영향력이 매우 큰 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단기적으로 왜곡시키고 중대한 이용자 피해를 발생시켰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은 ▲ 콘텐츠 제공사업자로서 인터넷 접속 품질에 대한 책임을 부담할 수 없으며 ▲ 응답속도가 느려졌더라도 이용자가 체감할 수준은 아니며 ▲ 이용약관에 서비스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고 명시하였으므로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소명하였으나, 방통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콘텐츠 제공사업자라 하더라도 직접 접속경로를 변경한 행위 주체로서 책임이 있으며, 이용약관에서 정한 무조건적인 면책조항도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방통위는 시정명령과 별개로 페이스북의 이용약관이 "페이스북이 언제나 방해, 지연, 결함 없이 기능할 것이라 보장하지 않습니다"라고 되어 있는 점도 이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고 보고 개선을 권고했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페이스북의 목표는 이용자들에게 가급적 최선의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앞으로도 국내 통신사들과의 협력을 이어나가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신업체들은 방통위 결정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사건의 직접적 발단은 페이스북이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접속경로를 바꿔 결과적으로 SK브로드밴드(SKB)와 LG유플러스 사용자들이 페이스북 서비스를 사용할 때 속도가 느려지도록 한 일이다. 당시 SKB와 유플러스는 페이스북에 망 비용을 내고 캐시 서버를 운영하라고 요구했으나 협상은 지금껏 답보 상태다.
페이스북과 KT 사이의 망 사용 계약은 연간 150억원 안팎의 규모이며 올해 7월께 만료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solatid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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