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21년 만의 신보 '인 투 더 라이트' 발표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솔리드를 해체하는 게 아니라 1∼2년쯤 쉰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20년이 넘었네요."
해체 21년 만에 재결합한 솔리드는 여전히 감미로웠다. 1993년 맨몸에 양복을 걸치고 등장해 알앤비(R&B)와 힙합을 하던 20대 청년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1997년 4집을 끝으로 '솔리드'라는 이름은 막을 내렸다. 이후 정재윤(46)은 프로듀서로 변신해 아지아틱스(AZIATIX) 등 빼어난 그룹을 배출했고, 김조한(45)은 솔로 가수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이준(46)은 미국으로 돌아가 부동산 사업가가 됐다.
그랬던 솔리드가 2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 앨범 '인 투 더 라이트'(In to the Light)를 공개했다.
1996년 왜 돌연 해체를 선언했냐는 물음에 솔리드는 서로를 쳐다보며 멋쩍게 웃었다.
"그땐 녹음실에서 살곤 했어요. 컴퓨터로 음악 작업을 할 때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렇게 4년을 살다 보니 힘들어서 잠시 재충전하자는 의미였어요."(김조한)
"솔리드로 데뷔하기 전에 부모님과 약속했거든요. 대학은 꼭 졸업하기로. 그 약속을 지키려고 미국으로 돌아간 건데, 사업을 시작하고 결혼하고 아이도 생기다 보니 벌써 세월이 이렇게 지났네요."(이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인타운에서 함께 자란 세 사람은 솔리드가 해체한 뒤에도 우정을 지켜왔다. 재결합이 성사된 데도 이들의 우정이 한몫했다.
"1년 전에 저희 세 명이 다른 친구 결혼식의 들러리를 섰어요. 같은 옷을 맞춰 입고 축가로 '천생연분'을 불렀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그때부터 조금씩 맞춰갔어요.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우리가 천생연분이었구나' 느꼈어요."(김조한)
솔리드의 신보에는 총 아홉 곡이 담겼다. '기억 속에 가려진 모습', '천생연분' 두 가지 리믹스 버전 등 세 곡은 과거 솔리드 노래를 편곡한 것이다. 더블 타이틀곡 '인 투 더 라이트'와 '내일의 기억 메멘토'를 비롯해 '1996', '데이스타'(Daystar), '히어 라이트 나우'(Here right now) 등 여섯 곡은 정재윤이 새로 썼다.
정재윤은 타이틀곡에 대해 "콘크리트에 갇힌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행복을 찾아 달려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희는 1990년대 시대를 앞서갔다는 말을 들었다. 2018년 컴백하면서 그때 음악을 다시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새로운 걸 시도하면서 우리 음악 발전에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숱한 그룹이 MBC TV '무한도전' 등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재결합하는 걸 보고 부럽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내저었다.
김조한은 "방송을 통해 다시 만나 옛날 노래를 부르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음악으로 인사드리는 게 중요했다"며 "이번 앨범을 퓨처 레트로 장르로 만들면서 평소 편안한 발라드 창법이 아니라 새로운 창법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이준은 이날 솔리드의 상징이었던 포켓볼 8번구가 달린 지팡이를 짚고 나왔다. 그는 "20년 전에는 지팡이가 필요 없었는데 이제는 필요하다"고 웃어 보였다.
팀 해체 뒤 음악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던 그는 "오랫동안 랩을 안 했더니 새 앨범을 만들 때 잘 안나오더라"며 "팬들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제 아이들은 제가 가수였던 걸 모른다. 친구들에게 아빠가 TV에 나왔던 사람이란 걸 전해 듣고는 되려 사실이냐고 물어보더라"며 "이제 K팝이 미국 전역에서 사랑받는 걸 보니 정말 신기하다. 저도 산이, 플로우식, 도끼, 주노플로 등 래퍼의 음악을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솔리드는 재결합을 기념해 오는 5월 19∼2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이 밤의 끝을 잡고' 등 옛 히트곡을 비롯해 새 앨범을 들려줄 예정이다.
새 앨범은 22일 자정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 공개된다.
cla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